[취재N팩트] 가는 곳마다 '구름떼' 환영인파...반기문 귀국길 이모저모

[취재N팩트] 가는 곳마다 '구름떼' 환영인파...반기문 귀국길 이모저모

2017.01.13.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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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길, 10년 만에 영구 귀국하는 만큼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반 전 총장을 보기 위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는데요.

취재기자를 연결해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조성호 기자!

반기문 전 총장 귀국 기자회견 장소를 두고 시작하기 전부터 혼선이 빚어졌다고요?

[기자]
반 전 총장의 귀국 기자회견이 예고된 것은 귀국 전날인 그저께인데요.

처음에는 반 총장이 나오도록 예정된 입국장 F 게이트가 아닌 E 게이트 옆에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공지됐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전부터 언론사들이 E 게이트에 방송장비 등을 배치하고 포토라인을 설치했거든요.

그런데 반 전 총장 귀국을 한 시간쯤 앞둔 시각, 그러니깐 오후 4시쯤에 F 게이트 옆에 마련된 단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된 겁니다.

공항 측과 사전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귀국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방송 장비와 함께 취재진을 포함한 수백 명이 우르르 부랴부랴 옮겨갔는데요.

저희는 당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반 전 총장의 귀국 순간이 전파를 타지 못한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정말 취재진이 다급하게 움직였겠군요. 막상 반 전 총장이 도착했을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전반적으로 현장에는 취재진과 지지자 등 수백 명이 몰려서 어수선했는데요.

반 전 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등장한 뒤 기자회견이 진행되자 시민과 취재진 모두 차분하게 연설에 집중했습니다.

반 전 총장이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한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며 대권 의지를 밝힐 때마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쏟아졌고요.

[앵커]
그러고 나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데요. 원래 계획과는 달라진 거라고요?

[기자]
원래는 퇴근 시간대 시민 불편을 우려해서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공항에서 곧장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가겠다고 밝혔었는데요.

당일에 기자들에게 일정이 바뀌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 시민들과 만나 소통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거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는데요.

철도를 이용하면서 정작 시민들과 소통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소통 행보 차원에서 열차를 이용한 건데 시민들과 접촉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기자]
우선 반 전 총장이 열차를 타러 이동하는 과정부터가 험난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서 시민들과 인사는커녕 경호원들과 공항 경비 인력들에 둘러싸여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인데요.

반 전 총장은 개찰구로 이동하면서 편의점에 들러서 생수 한 병을 사면서 점원과 인사했는데, 이 점원이 사실상 반 전 총장이 공항에서 접촉한 유일한 시민입니다.

그리고 반 전 총장이 이용한 것은 좌석이 지정돼 있는 인천공항에서 곧장 서울역으로 가는 직통열차였는데요.

열차 한 칸의 표를 캠프 측에서 통째로 예매하는 통에 열차를 타면서도 시민들을 만나지 못했고, 열차에 따라 탄 기자들과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앵커]
서울역에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환영인파가 많이 모였는데요.

[기자]
서울역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수백 명이 모였는데, 태극기를 흔들고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반 전 총장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이 등장하자 '반기문'을 연호하면서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너무 많은 시민이 반 전 총장 주변으로 몰리면서 경호원과 취재진 등이 곳곳에서 넘어지기도 하는 위험한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인파를 뚫고 승용차 편으로 사당동 자택으로 향했는데요.

이때 이용한 것이 친환경 차량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강조해 온 반 전 총장의 이력을 대변하는 행보로 보입니다.

[앵커]
13년 만에 사당동 자택에 돌아온 건데요. 지역구 의원인 나경원 의원이 함께했어요. 어제 반 총장 귀국장에 함께한 반기문 사람들 누가 있었나요?

[기자]
공항에는 반기문 캠프 관계자인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 대사, 이도운 대변인 등이 자리했습니다.

박진, 이상일 전 의원과 유창수 전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역에서는 이노근 전 의원이 반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역 의원들 가운데는 자택 앞에 있던 나경원 의원이 유일하게 반 전 총장을 맞이했는데요.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언론을 통해 하나, 둘씩 거론되던 조력자들이 한데 모인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귀국할 때부터 유력한 대권 주자라는 게 실감 났는데요. 귀국 이튿날부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죠?

[기자]
국립현충원 참배와 주민센터에서 서울시민으로 등록 절차를 마쳤고요.

이후 일정 가운데 서울 도화동에 있는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있는데요.

보통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있는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만들잖아요.

자택이 있는 사당동이 아니라 이른바 '마포팀'이 있는 지역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앞으로 마포팀을 기본 무대로 해서 활발한 정치 활동을 벌일 거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앵커]
귀국부터 유력 대선 주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어제 귀국 행보 조 기자가 보기에는 어떻게 평가될까요?

[기자]
반 전 총장이 이제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뗐기 때문에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이런 전제를 달고 어제 상황을 보면 반 전 총장이 원했던 시민들과의 만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우려했던 대로 퇴근 시간대 시민들이 오히려 불편을 겪은 것은 맞습니다.

또, 기자회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무상 미숙한 부분이 엿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앵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유력 대선 주자로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앵커]
벌써 여야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는데요. 반 전 총장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내일 선친의 묘소가 있는 충북 음성으로 내려가 성묘를 한 뒤 음성 꽃동네 방문하면서 민생 행보에 나서는데요.

설 연휴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전국을 돌면서 민생 행보에 나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결단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을 했는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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