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주역들

[인물파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주역들

2016.02.19.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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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오늘,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이 공식 발효됐습니다.

이후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수차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휴지 조각 신세가 돼버렸지만, 당시로선 평화 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한걸음으로 평가됐는데요.

이제 24년이 흘렀습니다.

이 선언을 이끌어 낸 주역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당시 우리 측에서는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장과 이동복 당시 국무총리 특보가 협상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월남한 실향민 출신으로 군 장성으로 예편했고 각국 대사를 거쳐 외교안보연구원장으로 일하다가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를 맡았던 임동원 원장은 회담 타결 후 통일원 차관을 지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후에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으로 중용되면서 햇볕정책의 핵심 인물이 됐습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몇 차례 만나기도 했는데요.

훗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김 위원장이 "임동원 선생 건강하지요?"라며 안부를 물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지금은 김대중 평화센터 고문,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산파, 이동복 국무총리 특보는 전혀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남북조절위 대변인으로 발탁된 뒤 10년간 남북대화 업무를 맡았던 이 특보는 비핵화 선언 타결 직후 '훈령 조작 사건'에 휘말립니다.

청와대의 훈령을 무시한 채 이산가족 협상에 임하다 회담을 끝내 결렬시켰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하는데요.

15대 국회에서 자민련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일관되게 반북 보수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북한 민주화 포럼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 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햇볕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북측에서는 최우진 외교부 순회대사가 대표로 나섰습니다.

김일성 종합 대학을 졸업하고, 가나 주재 북한 대사 등을 역임한 엘리트 외교관이었습니다.

이후 대남 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을 거쳤지만, 신변에 어떤 변고라도 있었던 것일까, 2000년 이후의 행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또 한 명의 북측 대표는 김영철 인민군 소장이었습니다.

당시 계급이 우리의 준장격인 소장에 불과했지만, 북한 군부 내 실세로 회담에서 고위급들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김영철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으시죠.

맞습니다. 숨진 김양건의 후임으로 최근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맡은 그 김영철입니다.

북한 군부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등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20여 년 전 자신이 주도해 맺은 비핵화 선언은 잊은 채, 대남 위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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