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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교육 후기
ytn 미디어 교육사진 | 출처: YTN PLUS 교육후기

뉴미디어 교육 후기

YTN 경력 취재 기자 | 권남기

최종수정: 2016년 11월 04일 금요일

“너 ○○○ 아니?” “아니 몰라.” “왜 몰라.” ‘왜’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이 날아왔다.
절로 꺾인 고개를 다시 드는데, 멀리 흙먼지를 날리며 10명 남짓한 아이들이 뛰어오는 걸 봤다. 발차기를 하는가 하면 몇몇은 꼼짝 못 하게 등 뒤에서 팔다리를 잡는다. 수십 개의 주먹이 날아오던 시간은 짧고도 길었다. 왜 때리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맞았다. 중학교 3학년. 학원에 지각하지 않으려 지름길로만 간다는 게 대낮 봉변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내가 처맞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십수 년이 지난 기억이 얼마 전 분당과 강남 중심가를 돌며 다시 떠올랐다. 네이버와 페이스북, 유튜브까지. 이유도 모르고 계속 맞았다. 거짓말 좀 보태 내가 죽을 힘 다해 생산한 기사는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대부분 같았다.

잘 쓰세요.




매일 3만2천여 건의 기사를 30명 정도가 골라낸다던 네이버. 온라인 뉴스 시장의 최강자인 그들이 기사를 골라 준다면 또 그만한 은총이 없다. 그래서일까.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은 자꾸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 듯 자주 입꼬리를 올렸다.

유튜브는 독창적인 뉴스를 주문했다. 속보성이 사라져도 VOD로 남아 보는 이들이 찾을만한 뉴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의 ‘1분 30초 12문장 리포트’는 그 동네에서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끝으로 페이스북.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알아서 한단다.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데, 그 방법은 모른다. 막막했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해왔는데 이유도 없이 주먹이 날아온다. 시청률은 밀리고 영향력은 감소한다. 내가 만든 뉴스 때문에 그들이 먹고사는 것 같은데 또 그게 아니다. 그들이 뉴스를 뿌려주지 않으면 나의 뉴스는 1분 30초짜리 전파로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이 부분이 아팠다. 뿌려주는 이들의 손길에 뉴스의 생사가 오간다. 왜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그들의 손길만 바라봐야 하는 지금의 뉴스룸이 아팠다. 아이템 선정과 취재, 기사 작성과 데스크, 큐시트 편집, 온에어로 이어지는 텔레비전 뉴스의 공식은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열등감을 더하자면 비웃음의 대상이다. “그냥 잘 만드세요.”

뉴스의 생산과 유통 방식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또 어딘가의 말진으로 ‘뉴스의 미래’ 따위는 생각도 못 한 채 출입처와 취재 현장을 발로 돌아야 한다. 그렇게 모두 자신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뉴스를 만들고 또 전파에 싣다 보면 누군가 물어볼 것이다. “너 ○○○ 아니?”

이 시대의 뉴스룸은 맞는 이유도 모른 채 벌써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다만 이 순간이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주먹질이 멈출 것 같지 않다.


/ 정리 : YTN PLUS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 사진 : YTN PLUS 서정호 팀장 hose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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