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나온 말, ‘심상치 않다’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나온 말, ‘심상치 않다’

2018.08.27. 오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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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 김 대리~ 김 대리~
이 과장: 박 부장님 기분은 좀 어때 보여?
김 대리: 아까 결재 때 뵀었는데, 기분이 영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이 과장: 박 부장님도 그렇고, 한 부장님도 그렇고 무슨 일이지? 요즘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정재환]
네, 이렇게 평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경우에 심상치 않다고 하는데요. 이거 어디에서 온 말이죠?

[장민정]
심상치 않다는 '심상하다'의 부정 표현입니다. 심상은 고대 중국에서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였는데요. 심(尋)은 여덟 자를 상(常)은 열여섯 자를 뜻해서 ‘작고 보잘 것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8자 = 2m 40cm / 16자 = 4m 80cm)

[정재환]
심상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길이 같은데 당시엔 그리 길지 않다는 뜻으로 인식을 했나 보군요.

[장민정]
네, 맞습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따르면, 춘추전국시대에 각 제후국들은 인력과 물자, 군비 확충 등 세력 확장에 열을 올렸는데요. 심지어 이 ‘심상’의 땅을 가지고 다툴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재환]
네? 에이~ 설마요. 심상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단 뜻이라면서요. 그런데 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작은 땅을 차지하려고 전쟁까지 했단 말이에요?

[장민정]
네, 심상의 땅을 두고 싸울 정도니까 보잘것없는 땅이 아니었던 거죠. 사실은 반드시 차지해야 할 아주 심상치 않았던 땅이었던 겁니다. 이후 심상치 않다는 중요하고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그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그래서 짧은 길이를 나타내는 심상은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의미로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심상치 않다’입니다.

[장민정]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의 역사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여러 나라들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심상의 땅을 가지고 다투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정재환]
그런데요, 이 심상치 않다는요. 맥락에 따라서 의미가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장민정]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정재환]
젊은 남녀에 대해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얘기하면요. 둘이 연애하는 것을 추측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이가 나빠진 상황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장민정]
그래서 요새 정재환 씨랑 저랑 심상치 않다 그러는 거군요.

[정재환]
아, 제가 또 안 해도 되는 괜한 설명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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