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면 고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일은? ‘퇴고(推敲)’

고치면 고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일은? ‘퇴고(推敲)’

2018.07.23.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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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엄마, 언제 끝나?
엄마: 아직 멀었어.
아빠: 초고는 어젯밤에 다 써놨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 여보, 글은 퇴고가 제일 중요하고, 오래 걸리는 거 몰라요?

[정재환]
제가 글을 좀 써봐서 아는데요. 초고를 작성한 시간, 그 이상의 시간을 퇴고에 투자해야 좋은 글이 완성되더군요.

[장민정]
맞습니다. 처음 쓴 글을 바탕으로 글자나 구절을 다듬고, 고치는 것을 가리켜 퇴고라고 합니다.

[정재환]
퇴고는요, 밀 퇴(推), 두드릴 고(敲). 밀고 두드린단 뜻인데요. 이게 어떻게 ‘글을 다듬다’ 이런 의미가 된 거죠?

[장민정]
퇴고의 당나라 시인, 가도의 고민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가도가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습니다.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자는데
스님은 달빛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네

[정재환]
맨 마지막 구절에 ‘두드릴 고(敲)’가 나오네요?

[장민정]
네, 승고월하문은 원래 승퇴월하문이었습니다. 퇴로 하면, ‘스님은 달빛 아래에서 문을 미네’ 가 되고 고로 하면, ‘스님은 달빛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네’ 라는 의미가 되는데요. 퇴(推)로 할까? 고(敲)로 할까? 고민하느라 그만 당시 장관이었던 한유의 행차를 방해하는 큰 죄를 저지르게 됐고요. 결국 한유 앞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정재환]
(한유) “나의 행차 길을 방해한 이유가 무엇이냐?”

[장민정]
(가도) “제가 시의 마지막 구절의 글자를 퇴(推)로 할까? 고(敲)로 할까? 고민하느라 미처 피하지 못해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정재환]
(한유) “내 생각에 ‘퇴’보다 ‘고’가 더 낫다.”

[장민정]
가도는 한유의 말대로 퇴를 고로 고쳤고, 이후 이렇게 글을 고치는 것을 가리켜서
‘퇴고’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퇴고입니다.

[장민정]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해서 고치고 다듬는 작업을 이르는 말입니다. 당나라 시인 가도가 시구를 지을 때, 밀 퇴(推)를 쓸지, 두드릴 고(敲)를 쓸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한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장민정]
퇴고란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아주 힘든 작업이었네요.

[정재환]
맞습니다. 그래도 퇴고가 중요한 이유는요. 글을 고치면 고칠수록 점점 더 좋아지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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