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떠는 모습이 사시나무가 떠는 모습과 닮았다?

몸이 떠는 모습이 사시나무가 떠는 모습과 닮았다?

2018.07.09. 오전 09: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남편: 캬~ 바람 진짜 좋다, 그치? 여보, 왜 그래? 입술이 파래.
아내: 나 왜 이렇게 춥지?
남편: 당신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잖아. 열도 안 되겠다, 일단 업혀!

[정재환]
아휴~ 몸살 기운이 있는 거 아닌가요. 몸을 너무 떠는데요?

[장민정]
이렇게 몸을 몹시 떠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시나무 떨듯 떤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시나무가 어떤 나무죠?

[정재환]
장민정 씨 이런 나무 본 적 없으세요?

[장민정]
아~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 흰 나무껍질에 검은 흉터를 가진 이 나무가 바로 사시나무였군요.

[정재환]
네, 사시나무는 키가 12미터에서 30미터까지 자라는 날씬하고 아주 긴 나무입니다.
사시나무의 잎은 다른 나뭇잎보다 잎자루가 유독 길어서 약한 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장민정]
네?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게 아니면 나무가 스스로 움직이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정재환]
딩동댕~ 맞습니다. 사시나무는요. 햇볕이 많이 내리쬐는 지역에서 자라는 탓에 한낮이 되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달궈진 몸을 식히기 위해 뿌리에서 이파리로 물을 빨아올린 뒤 재빨리 밖으로 내보내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시나무 스스로 이파리를 흔드는데 이 모습이 우리 눈엔 사시나무가 몸을 떠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장민정]
아하~ 사시나무 이파리가 떨리는 모양새가 마치 사람이 추위에 몸을 떠는 모습과 닮아서 쓰기 시작한 말이군요.

[정재환]
정확합니다.

[장민정]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사시나무 떨듯 떤다’ 입니다.

[정재환]
몸을 몹시 떠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사람이 추위로 몸을 떠는 모습이 사시나무가 이파리가 흔들리는 모습에 빗대 표현한 말입니다.

[장민정]
사람의 몸이 떠는 모습을 사시나무에 빗대다니, 정말 시적인 표현 아닌가요?

[정재환]
그렇죠? 수천 그루가 햇빛을 받으며 일시에 떠는 모습에서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 냈는지 우리말의 유래는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힙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