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엄마, 한국살이를 말하다

재일동포 엄마, 한국살이를 말하다

2018.06.04. 오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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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주 여성들만 다문화의 주인공일까요?

한국에는 국적은 한국이지만 다문화인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3세 어머니들이 모여 한국살이를 이야기합니다.

[김명향 : 안녕하세요, 김명향이라고 합니다.]

[박향수 : 안녕하세요, 박향수입니다.]

[김화자 : 안녕하세요, 김화자라고 합니다.]

Q. 재일동포, 어쩌다 결혼 이주?

[박향수 : (명향은) 한국에 산 지 얼마나 됐죠?]

[김명향 : 13년 정도 됐어요.]

[김화자 : 아까 이야기 들으니까 똑같아요. 저도 2005년도에 왔으니까.]

[김명향 : 2005년에 어학원 다녔고, 2008년에 결혼했어요.]

[박향수 : 그래도 어학당 다닐 때는 우리가 한국에 살게 될 줄이야.]

[김화자 : 그런 생각으로(한국에 살려고) 오는 게 아니니까. 그냥 일하고 공부하다가 그냥 가려고 했는데 못 가게 됐네요. 만난 사람이 있어서.]

[김명향 : (저도) 그냥 모델을 하면서 한국어도 잘하면 다른 일들도 많이 들어올 것 같아서 (공부하러 한국에) 왔는데 그냥 만나버려서, 남편을.]

[박향수 : 저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우리학교(조선학교) 다녔지만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 한국으로 가야겠다, 6개월만 휴직을 내서 연세대 어학당으로 (유학 왔어요). 6개월 딱 졸업하고 이제 일본에서 복직해야지 했는데, 다 똑같네. 남편을 만나서. 남편이 잡아가지고.]

[김화자 : 인생이 결정된.]

Q. 재일동포인데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안 된다?

[김명향 : (하지만) 반대를 너무 많이 해서, 부모님이. 그래서 3년 동안 연애했다가 결혼을 했어요.]

[김명향 : 10살 차이인 것도 그렇고 부모님이 뭘 하시는 분인지도 모르고.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고 약간 그런, 못 믿었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박향수 : 그건 매우 모순되게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 부모님도 그랬거든요. 일본에 살 때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라, 조선 사람으로 살라고 하면서도 막상 한국 사람과 결혼한다고 하니 완전 반대.]

[김명향 : 그래도 우리 아버지는 제가 남편을 소개했을 때 '그래도 일본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했어요.]

[김화자 : 뭔지 알 것 같아, 그 느낌.]

[박향수 : 어중간하다니까, 생각이.]

Q. 로맨틱한 한국 남자?

[김명향 : 어땠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에?]

[김화자 : 음 그런데 다 힘드니까.]

[박향수 : 그런데 일본 남자와 뭐가 다르지?]

[김화자 : 일본 남자를 안 사귀어봐서 모르겠어요.]

[박향수 : 안 사귀어봤어? 나도 안 사귀어봤다고 말해야 하나?!]

[박향수 : 그런데 일반적으로 봤을 때 한국 남자는, 내 이미지는 처음에 신선했던 게, 너무 직설적으로 사랑 표현을.]

[김명향 : 맞아요.]

[박향수 : 정말 내가 창피할 정도로. 우리가 일본에서 안 느껴본 것]

[김명향 : 생일 때도 전화를 하면서 생일 노래를 불러주고.]

[김화자 : 저도 아침에 학원 갔는데 카운터에 이만한 꽃바구니, 케이크, 그리고 선생님이 학생들이랑 같이 드시라고. 그때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박향수 : 그러니까. 저도 꽃다발 들고 하숙집에 왔어요. 근데 그때 기분은 뭐지? 거부감이라기보다 너무 창피한데 본인은 거기에 푹 빠져 가지고.]

[김화자 : 그리고 그런 걸 하는 걸 보니까 저한테도 그걸 원하는 것 같잖아요. 저는 애교도 없고 표현을 못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도 평소에 하는 말이 아니기에 잘 안 하는데 본인을 되게 원해요, 해달라고.]

[박향수 : 다들 똑같이 신선했구나.]

[김명향 : 그래서 제가 (남편한테) 넘어갔죠. 넘어가 버렸어요.]

Q. 내겐 너무 가까운 한국 '가족'

[김화자 : 가족이라는 개념이, 저는 결혼해서 10년 정도 됐는데 가족이라 할 때 저랑 남편이랑 딸 셋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빠(남편) 생각은 저보다 조금 더 넓어요. 나의 부모님, 나의 언니, 심지어 내 어머니의 가족까지가 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잘해주고 정이 많고. 그런데 정이 많다고 하면 좋게 이야기하는 거고. 어떻게 보면 개인 생활이 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거리가. 간섭도 어떻게 보면 있는 거잖아요.]

[박향수 : 맞아, 그 거리는 확실히 한국이 일본보다 가깝죠. 그래도 일본에서 와서 그런 거 보니까 정말 특별하게 느낄 것 같아요.]

[김화자 : 따뜻함은 있죠.]

[박향수 : 그렇지.]

Q. 한국에서의 자녀교육, 왜 이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김명향 : 한국 엄마들을 보면서 저도 (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론 남들처럼 안 다니지만 남편이 너무 그쪽에 신경을 안 쓰니까 저라도 써야겠다라는 마음이 되게 강했어요.]

[박향수 : 한국에 살면 남들이 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게 되잖아요. 한국 사회가 아직 남들의 시선이나 남들이 하는 거에 대한 민감한, 그런 게 더 큰 것 같은 느낌. 물론 일본도 그렇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잖아.]

[김명향 : 그렇죠, 안 그런 사람이 많죠. 근데 한국은 너무 시선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Q. 한국 학교의 상식은 비상식?!

[김화자 : 요새 시대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한국이라서 그런지 선생님이 학교 교실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 교과서를 보여주고. (텔레비전에서) 게임처럼 노래도 해주고 춤도 보여주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 바빠요. 애들 얼굴도 안 보고 하고 있어요.]

[박향수 : 뭔지 알겠다, IT처럼 많이]

[김화자 : 기술을 쓰면서 편하게, 좋게 공부를 시켜주는 거면 좋은데 기술만 있지 뭔가 애들에게 다가가고 그런 게 안 보이니까 조금 여기 학교에 (자식이) 몇 시간이나 다니는 게 괜찮나 할 정도로 불안해져요.]

[김명향 : (학교에) 체육이나 음악 수업이 (별로) 없는 게 너무 놀랐어요. 일본 학교에는 체육이 일주일에 세 번이나 있어요. 음악도 두 번 있고 미술도 두 번 정도 있어요. 그래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공부만 위주로 하니까 언니 말처럼 괜찮나 싶었어요.]

Q. 한국의 '다문화', 무늬만 '다문화'?

[박향수 :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인식 자체가 안 좋은 것 같다는 걸 저는 늦게 알았어요. 어느 날 학교 놀이터에서 노는데 젊은 엄마 두 명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어요. 근데 그 어머니가 말하는 게 '우리 이번에 배정되는 학교가 여기야' '근데 그거 알아? 여기는 다문화 애들이 많대'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때 처음으로 '뭐지 이 뉘앙스는?' 다문화라는 말 자체는 너무 아름답잖아요. 다양한 문화. 근데 순수한 다문화라는 말은 아름다운데 여기 한국에서 다문화라고 했을 때 뿌리 내려진 이미지가 제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 게 있구나,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요.]

[김화자 :살다 보니 때때로 그런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제가 느끼기에 다문화라는 건 너무 가까운 거예요.
멀리 있고 모르는 세상이고 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고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한국 사람끼리 놀면서도 옆집 가면 다른 문화, 다른 습관이 있으니까 그런 걸 배우자는 토대를 학교에서 해주면 좋겠다. 이게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박향수 :근데 이제 아이들도 크고 일본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큰딸 같은 경우에는 일본의 좋은 점과 한국의 좋은 점을 정말 정확히 이야기해.]

[김화자 : 어떤 이야기? 궁금하네.]

[박향수 : '일본 친구들이 엉큼하게 널 괴롭힌 적 있지?' (제가) 그렇게 말하면 (딸이) '엄마, 그건 일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느 나라 가도 그런 사람이 있어'라고 해요. 그니까 제가 무의식적으로 '한국은 이렇잖아, 일본은 이렇잖아' 그런 고정 관념적인 이야기를 하면 '엄마, 그건 한국 사람, 일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세계 어디 가도 있는 거야'(라고).]

[김명향 : 대단하다.]

[김화자 : 본인이 직접 경험했으니까.]

[박향수 : 그래서 내가 반성할 때가 있어요. 아 제가 그런 말 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김화자 : 어떻게 보면 우리가 어른 시선으로 고정 관념적으로 생각하는데 어린이들은 경험해서 아는 거네.]

[박향수 : 정말 그건 사람에 따라서 다른 거야, 그렇게.]

[김화자 : 개개인의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고정 관념적 생각이니까.]

Q. 일본에서는 '한국인'이었던 나, 한국에서 살아 보니・・・

[김화자 : 저는 일본에 있을 때는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는 게 더 강했던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는 것도 아닌데. 근데 그냥 우리 엄마 아빠한테서 주입식으로 '너는 한국 사람이다' '민족의식을 가져라',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한국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한국에 오니까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나의 재일동포, 자이니치라는 입장을 더 확실하게 알게 됐고, 그걸 더 좋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박향수 : (그게) 나쁜 게 아닌데.]

[김화자 : 그냥 나야, 뭐 어때.]

[김명향 : 나는 어디 가서도 나답게. 애도 그렇고 그냥 뭐 다른 나라,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크면. 저도 그렇고. 남에 흔들리지 않고.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냥 자기라는 걸 강하게 갖고 싶어요.]

[박향수 : 개인으로서의 나.]

[김명향 : 개인으로서의 나.]

[김화자 : 언니는?]

[박향수 : 어렵다. 근데 살면 살수록 경계인인 내가 좋아.]

[김명향 : 응!]

[박향수 : 나는 경계인이잖아, 일본에서도 평생 살았고 한국에서도 거의 반 산 것 같은데 옛날에는 일본에 살 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제가 너무 싫어서 쓸데없이 어깨에 힘주고 저는 재일 한국인이니까 일본 사람보다 잘해야 한다고 노력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일단 나는 그 스트레스에서 해방됐어요. 여기서 그냥 재일동포로 사는 게, 일본에서 재일동포로 사는 것보다 마음이 편해요, 정서적으로. 개인으로서의 나, 그건 나는 경계인이거든. 이쪽도 100% 못되고 이쪽도 100%는 못 되지만 경계인이기 때문에 보이는 게 있고 할 수 있는 게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저 자신을 저 스스로가 먼저 인정하고, 제가 이렇게 태어나고 자란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Q.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박향수 : 아버지 어머니 문화가 다른 것도 아이들이 다 알기 때문에 나는 그게 아이들에게 재산이라 생각해요.
차이가 차이일 뿐이지 그게 차별이 되면 안 되잖아요, 근데 그런 마음을 어릴 때부터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에 감사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고. 벽이 아니라 다리를 넘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명향 : 저도 그래요.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니까 우선 친구들 차별 같은 건 절대 하지 마라. 그리고 약간 아픈 친구가 있어도 자기가 먼저 말을 걸고 친하게 지내라고 (해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부모님이 이걸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향수 : 우리는 재일동포로서 어릴 때 살아서 가끔 국가, 민족, 국적, 그런 거 어릴 때부터 고민해왔잖아요.
(그런데) 민족이나 국가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라는 개인 자체를 바꿔가면 된다. 내가 그걸 겪었으니까 아이들은 그걸 뛰어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김화자 : 근데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 있어요. 있으니까 우리 딸들이 그 역할을 이용해서 주변에 있는 친구들한테 그런 좋은 점을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본인도 힘들겠지만, 환경이 이래서 아는 것도 있으니까 친구들이 그런 걸 모르고 하는 애들이 주변에 있으면 서로가 그걸 공유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리아 / 김명향 씨의 장녀 : (Q. 피아노 좋아해요?) 어려워요. (Q. 얼마나 많이 배웠어요?) 1학년 되자마자 배웠어요. (Q. 하고 싶어서 다니는 거예요?) 친구가 다녀서.]

[박희연 / 김화자 씨의 차녀: 아빠 이름은 박호용이고 엄마 이름은 김화자예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엄마는 일본에서 언니는 일본에서 동생과 아빠는 한국에서, 저도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Q. 본인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Q. 어머니는?) 음 엄마는 한국 반, 일본 반인 것 같아요.]

[강수진 / 박향수 씨의 차녀 : 체육 같은 활동하는 거 좋아요. (Q. 어머니랑 뭐 하고 놀아요?) 운동이나 공놀이 그런 걸 해요. (Q.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에요?) 엄마는 웃기고 친절해요.]

[인터뷰 / 박향수 씨의 장녀: (Q. 어머니가 일본에서 왔고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잖아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 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되게 기쁘게 생각해요. 그냥, 안 그렇다면 더 많은 걸 경험하지 못했을 거고. 지금 저는 일본어도 할 수 있고. 약간 한국은 이렇고 일본은 이렇다고 문화 비교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어디 가나 싫은 애들은 있고. 그냥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람들은 다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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