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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의 귀화,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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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11-20 08:40
현재 일본에는 한국국적을 가진 재일동포가 30만 명 가량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적 재일동포는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매년 5천 명 가량이 일본으로 귀화하기 때문이죠.

재일동포에게 국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글로벌 시대 귀화를 어떻게 봐야할지 재일동포 교수 3명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녹취 구성]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귀화라는 게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귀화 안 해도 될 사람들이 귀화할 수밖에 없게 된, 그러니까 강요당한 선택이었다는(것이죠)."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국적 취득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거든요. 문제는 이제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귀화는 곧 동화다, 일본인이 되는 것이었죠."

[박일/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오히려 이렇게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국적인 채로 살아가려고 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일본에는 재일동포 45만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0만 명은 특별영주권을 갖고 있습니다.
특별영주권은 식민지에서 해방되기 전 일본으로 이주했다가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 국적을 상실한 조선인과 그 후손에게 주어진 일본 영주 자격입니다. 이 특별영주권을 갖는 재일동포들을 우리는 흔히‘올드커머’라 부릅니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이른바‘뉴커머’한국인과 구별됩니다.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살아온 과정들이 다르니까 그분들이 특별히 느끼고 있는 특별한 어떤 정체성이라 할까요. 뉴커머들하고는 금방 어울리기에는 어려운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일단 올드커머, 뉴커머를 당분간은 구분해서 재일동포를 파악하는 그 자체는 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에 사는 올드커머 재일동포의 후손은 대부분 한국어를 쓸 줄 모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일본 문화만을 접하고 자라났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재일동포 30만 명 정도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일까요? 서경식 교수의 분석은 다릅니다.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우리가 정의, justice를 지키려 하는 것이죠. 우리가 진짜 지키고자 하는 것은 혈통이 아니라 소수자로서의 권리, 보통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 이걸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일동포의 귀화 또한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1952년 이후 35만 명 이상이 일본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최근에도 매년 5천여 명이 귀화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대한민국 여러분에게 말해줘야 하는 것은 뭐냐면, 귀화라는 게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좋아서 일본 국적이 돼 있지, 고향 사람들을 버렸지'라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아니었으면 귀화 안 해도 될 사람들이 귀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그러니까 강요당한 선택이었다는(것이죠)."

귀화에 대한 서 교수의 생각은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의 역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일동포는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취직이나 진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일본인과 쉽게 결혼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거나 일본인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귀화는 일본인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귀화하고 싶다, 귀화 안 하면은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서민들은 과잉 충성이라 할까? 조금이라도 거절당할 이유 없이 살아야 한다는 그런 긴장감이 있어요."

일부는 반일 인사로 보이지 않기 위해 지나친 일본 '애국자'가 되기도 합니다.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귀화한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일본 국가주의자보다 더 일본 국가주의자(가 되죠). 헤이트스피치하는 사람도 보니까 재일조선인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심리적으로 아주 뒤떨어진, 아주 헛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대가 지나갈수록 귀화에 대한 재일동포의 인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뉴커머 재일동포인 유혁수 교수의 시각입니다.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올드커머들의 그 정체성, 한국 국적을 5세까지 유지하는 정체성의 근본은 차별과의 대항이었거든요. 이 차별과의 대항을 하면서 국적을 유지해 왔는데, 문제는 이제 차별이 조금씩 줄어가니까 그분들의 정체성에 근간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귀화 또한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할 '인권'이라고 강조합니다. 일본문화에 익숙한 재일동포 3, 4세들은 국적을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3세 이하는 전혀 정체성이 1,2세와 다르고, 그리고 현지화가 그 만큼 진행되는 만큼 현지 국적을 따야 하고. 왜냐하면 귀화라는 것이 영어로는 naturalization, 오래 살다 보면 현지에 적응되고 현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권익을 향유하는 것은 당연한 어떻게 보면 '인권'에 가까운 권리거든요."

그런데 올드커머 재일동포 3세인 박일 교수는 재일동포의 국적 선택에는 신념이나 정체성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박일/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이전에 1만 명이 귀화하던 것이 9천 명, 8천 명, 7천 명으로 오히려 귀화신청자의 수는 줄고 있습니다. 즉, 귀화하는 이점이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거나, 일부 상장기업에서 재일 한국인 학생을 원한다고 하는 회사도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자면 일본 국적을 얻는 이점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한국 국적인 채로 살아가려고 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렇게 실리적인 이유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재일동포의 귀화 또한 반드시 일본인으로 동화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박일/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그러니까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처럼, 그 나라의 국적을 얻었어도 코리안 재퍼니즈로 살아가자고 방법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고, 그들은 별로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민족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딜레마보다도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코리안 재퍼니즈가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박일/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제 할아버지 세대나 아버지 세대, 1세, 2세들은 거의 한국인 그대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저는 3세입니다. 3세, 4세, 5세가 되면 한국인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확실히 말해서 일본인도 아니지만 한국인도 아닙니다. 재일 한국인은 정말로 독특한 민족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선에 서 있는 젊은 재퍼니즈 코리안에게 하나의 국가에 대한 귀속을 강요하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닙니다.

2015년, 한 일본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장이 재일동포 3세인 직원을 불러 왜 본명을 쓰지 않냐며 나무란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식 이름을 쓰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재일동포 3세 직원을 가리키며 이 친구는 사실은 재일한국인이니 차별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재일동포임이 드러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재일동포 직원은 소송을 결심했고 재판에서 사장을 상대로 300만 엔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재판은 승소로 끝났습니다. 사장에게는 재일동포 직원에게 50만 엔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사실은 좀 문제가 있었어요. 그 사장이 나쁜 마음을 갖고 그렇게 해서.
그 사건을 어떻게 우리(한국인)가 받아들여야 되는가. 거꾸로는 많았거든요. 통성명을 쓰라고. 가령 건설현장에서 일하려고 그러는데 이름을 한국명을 쓰니까 "아이, 일본 명 아니면 못써 위에 회사에서는 외국인을 안 써" 뭐 이런 식으로 해서 그 일본 명을 강요당했다고 일어난 재판은 지금까지 여러 건 있었어요. 근데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이 한국이름을 쓰라고 강요를 당했다는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재일동포들이 소수자로서의 권리와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이 반드시 조국을 지향하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한국 이름이 진짜 이름, 즉 본명이라는 생각도 한국인의 고정관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재일동포 중에는 가장 익숙한 이름이 태어날 때부터 계속 쓰던 일본 이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귀화한 재일동포들의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한국사회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세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서경식/도쿄 경제대학 교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시발점으로 하고 그걸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런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어떤 사람은 국내에 남게 되고 어떤 사람은 해외에 흩어지게 되고, 근데 우리는 같은 맥락으로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겨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다른 풍경이나 다른 모양도 보일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유혁수/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민족과 한국 사람으로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갖고 존재한다는 것과 국적, 꼭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건 따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거든요. 한국의 본국 분들도 이제 재일교포들도 국적을 따고 3세까지 갔으면 따야지. 하지만 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계속해서 본국에도 좋은 피드백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주시는 방향으로 인식을 좀 바꿔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일/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어떤 의미로는 이민자 아이들이 모국의 언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모국의 문화를 모르거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먼저 그 전제부터 들어가서, 자이니치(재일동포)라고 하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집단이 있다고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한국인이 옳고, 자이니치가 못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낀 존재인 재일동포. 이들의 선택은 국가나 민족을 초월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세 교수는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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