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 싸우는 재일동포 변호사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재일동포 변호사

2018.10.07. 오전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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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7월, 일본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재일동포 변호사가 있습니다.

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걸까요?

재일동포 변호사 김 류스케 씨를 직접 만나봅니다.

[김 류스케 / 변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도쿄에서 변호사를 하는 김 류스케입니다.

고등학교 때 사형수들이 최종적으로 무죄가 된 사건을 알게 돼 변호사라는 일이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대학교를 법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한국과의 관련은 없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는 재일동포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그것과 관련된 일도 많이 들어옵니다. 평범한 지역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변호사 그러나 2017년 말 일본 시민 950여 명에게서 갑작스러운 징계 청구를 받았다.

징계청구의 이유는 2016년 변호사가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적절하게 교부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그것에 관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청구를 받은 변호사 중) 재일동포 변호사 8명은 조선학교 보조금 교부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활동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8명이 뽑혔는가. 일본 변호사 연합회 명단에서 재일동포라고 추출할 수 있는 사람을 골랐다는 거죠.

인터넷 블로그 중에 '여명 3년 시사 일기'라는 보수적인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서 선동한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변호사들이 있으니 징계 청구합시다'라고.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습니다. 변호사 연합회에서 징계청구가 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조선학교와 관련한 성명을 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제 이름이 거기에 들어가 있었는지."

도쿄변호사회는 이 징계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김 류스케 변호사는 징계 청구를 낸 사람들에게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류스케 / 변호사]
"아무것도 안 하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피고 한 명 한 명이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재판정에 나와 공적인 장소에서 제가 그들의 책임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징계청구를 받은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징계청구서를 보고 무서웠던 것은요. 그동안 인터넷으로 익명으로 차별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자기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청구서를 변호사회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차별을 하기 시작한 게 정말 무서운 거죠.

'우리가 그들을 배제하는 건 정의로운 것'이라는 거죠. '일본 국민으로서 당연한 것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자기 이름을 공개해도 부끄럽지 않은 거죠. 통솔이 안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갈수록 뻔뻔해지는 차별주의자들 함께 살아갈 길은 있을까?

[김 류스케 / 변호사]
"차별을 없애려면 피해자의 회복이나 가해자에 대한 교육과 처벌보다는 '방관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관자를 중재자로, 즉 차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늘이는 게 차별을 철폐하는 데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한 명 한 명이 과학적으로 잘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슬림은 왠지 모르지만 무섭다'라든가 '외국인 범죄 잦아졌다'라든가. 통계를 잘 보면 그렇지도 않고, 일본 내 무슬림 범죄자란 극소수이지 않습니까.

이번 재판은 저와 피고와의 관계이므로 재판만으로 사회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별을 바탕으로 위법행위를 한 사람은 법적인 책임을 쳐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영향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재일동포가 어떤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 한국 사람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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