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제러미의 꿈

미운 오리, 제러미의 꿈

2018.05.19.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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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가정 소년을 소개합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오추바 제러미가 그 주인공인데요.

축구선수 차두리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는 오추바 제러미의 꿈은 무엇일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일요일 오후 학교 운동장이 축구 연습에 한창인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익숙하고 날래게 공을 차는데요.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친구들을 웃기는 한 아이가 눈에 띕니다.

여느 아이들과는 피부색이 조금 다른 이 친구, 누구일까요?

[오추바 제러미 / 한국-나이지리아 다문화가정 자녀 : 안녕하세요. 저는 10살 제러미입니다. 아버지는 나이지리아에 계시고 어머니는 한국에 계세요. 꿈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축구선수예요.]

매주 일요일 축구교실에 와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제러미.

벌써 4년째 다문화 축구교실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는데요.

친구들 사이에서 '재밌는 아이'로 통하는 제러미 주변은 항상 친구들로 북적입니다.

[신현규 / 친구 : 제러미는 친한 친구예요. 제러미는 장난기 많은 친구예요. (무슨 장난을 쳐요?) 뒤에서 사람을 막 업고 덮치고 그래요.]

사실 처음 축구교실에 가던 날, 엄마는 제러미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했다는데요.

[강주희 / 오추바 제러미 어머니 : 이전에는 움츠러드는 게 있었어요. 새로운 친구들 만나면, 저 친구들이 놀리면 어떡하나 이런 게 있었는데. 그런 거는 염려하는 건 좀 적어진 것 같아요. 많이 새로운 친구들 만나고 활동 많이 하고 이러면서 자연스러워지면서.]

함께 땀 흘리며 편견 없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생김새는 달라도 땀방울 색깔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아이들이 보여준 것이죠.

[박종경 / FC서울 다문화 축구교실 담당자 : 우리 코치진들에게도 다문화 아이라고 특별히 잘 해주거나 또는 다르게 대우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도 다문화 아이들을 일반적인 우리나라 아이들과 동일하게 대우할 수 있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제러미의 생일인데요.

인기 만점 제러미답게 친구들이 많이도 모였습니다.

[박시후 / 친구 : 놀기가 좋아요. 마음이 잘 맞아요. 피부색이 다른 건 상관없어요.]

친구와의 장난에 연신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제러미에게는 남다른 아픔이 있었습니다.

[오추바 제러미 / 한국-나이지리아 다문화가정 자녀 : 밖에서 다른 애들이 계속 헬로~ 막 외국인이다, 아프리카 사람이다, 그러니까 좀 사는 게 힘들어졌어요. 기분이 속상하고 애들이 절 자꾸 놀리니까. (그런 고민이 있을 때는 누구한테 말했어?)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비밀로 했어요. 친구 잃어버리기 싫어서 그냥 말을 안 한 거예요.]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들.

다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부족한 인식은 제러미에게 큰 상처가 됐습니다.

[오추바 제러미 / 한국-나이지리아 다문화가정 자녀 : (그런데) 어린이집 때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는데 유치원 때 시완이랑 친해지고 또 다른 애들이랑 친해지고 그랬어요. 음 서로서로 친해지고 나눠가면서 친구가 됐어요. (친구에게 먼저) '같이 놀자' 하고 '혼자 놀면 외롭지 않아?'라고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손 내밀어 준 친구들과 함께 조금씩 편견을 이겨나가고 있는 제러미는, 이제는 친구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게 됐습니다.

제러미가 이렇게 변화하게 된 것은 축구선수라는 꿈을 꾸면서부터가 아닐까요?

그 꿈은 아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지원에서 시작됐습니다.

[강주희 / 오추바 제러미 어머니 : 오히려 숨어서 이렇게 하는 것보다 전면에 드러내는 게 낫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차라리 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활동도 많이 하고 이러면 좋은 이미지도 생길 수 있다고 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축구라서 좋은 건지, 친구들과 함께라서 좋은 건지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부지런히 엄마 손을 끌고 축구장에 가는 제러미입니다.

유소년 축구팀끼리 경쟁하는 축구대회.

지난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에 제러미도 친구들과 경기에 나섰는데요.

꿈을 위해 뛰는 이 순간만큼은 피부색도 사람들의 시선도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안타깝게 우승은 놓쳤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해 투정부리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멀리서 응원해주는 아빠와 늘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엄마와 함께 오늘도 제러미는 꿈을 향해 달려갑니다.

[오추바 제러미 / 한국-나이지리아 다문화가정 자녀 : 이거는 호프키즈 (축구팀)에서 받은 꿈나무 희망상이에요. 저는 꿈이 진정한 축구선수가 되는 거예요." (PD 닮고 싶은 축구 선수 있어?) 음.. 그 흑인 선수가 있는데 저랑 똑같이 파마머리예요. 그 축구선수를 닮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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