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띄우는 편지] 오스트리아 최경혜 씨

[고국에 띄우는 편지] 오스트리아 최경혜 씨

2018.03.31. 오전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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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친구들아

내가 유럽에 온 지 어느덧 36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한 명만 빼고는 너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35년 전인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으면 얼마나 변했는지 정말 궁금하단다.

우리가 같이한 대학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

연습실 잡기, 냉면집, 명동 칼국수 집, 같이 보낸 4년이 참으로 짧았다는 기억이다.

문득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구나.

새롭게 내 학창시절을 펼쳐보고 싶어.

우리들의 선의의 경쟁, 우정, 그리고 좀 더 가까이 서로를 알고 싶다.

못 나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도 하고. 같이 여행도 가고 같이 목욕탕도 가서 등도 밀어주고. 우리는 사실 그런 추억이 많이 없었지.

어쩌면 대학을 졸업하고 갑자기 훌쩍 떠나온 게 나니까.

나하고만 없는지도 모르겠다.

너희가 많이 보고 싶구나.

계속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60을 바라보는 순간, 옛날이 그립다.

아니 한국이 그립다.

오랜 포도주 같은 친구들이 옆에 있는 이곳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난 서글퍼진단다.

그때마다 내가 외국인이란 느낌에 외롭단다.

너희 결혼식에도 못 가보고 아기 낳을 때도 못 가보고 아플 때 병문안도 못 가보고.

물론 거꾸로도 마찬가지지만 이러면서 사람은 살아가는 거고 성숙해지는 건데 말이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면서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 희망하자.

모두 모두 안녕~

오스트리아에서 경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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