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연속기획 - 재일동포 1세의 기록 ⑥김순하

신년 연속기획 - 재일동포 1세의 기록 ⑥김순하

2018.02.10. 오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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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1세.

20세기 초중반 고국을 떠난 이들은 일본에서 무엇을 지켜왔을까요.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차별 그들의 굴곡진 삶에 대해 들어봅니다.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바다에 배가 가득 (떠 있었어). 빵빵 하면서. 그러면 어머니가 저기 빵빵 하는 데 사는구나(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어머니 생각이 더 났어.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제주도에서는) 김 매면서 살았지. 김매기. 하루 얼마씩 받고. 또 우리집 밭에도 좁쌀. 좁쌀 심어서 농사 지어서 밥 해서 먹고.
(제주도에서 학교는 다니셨어요?) 아이고. 학교 갈 생각이고 뭐고. 어머니가 일하니까 함께 가서 일 조금 하고. 학교에 안 보내줬어, 우리 부모들은.

'여자는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하면서. 일본에 우리 작은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사니까. (그들이) 다니러 올 때 옷감도 많이 가져오고.

(선물을) 막 나눠주고 하는 거 보니까, 나도 일본 가면 저렇게 물건도 사고 해서 올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왔지요. 그 때는 (일본으로) 올 때 생마늘이 잔뜩 실린 데 앉아서 배 타고 왔어.]

[현선윤(68세·차남) / 불문학 연구자]
(제주도에서는) 다른 어머니, 계모하고 같이 살아야 하니까. 어머니의 진짜 어머니는 오사카에 계셨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그리워서 (오셨어요).]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바다에 배가 가득 (떠 있었어). 빵빵 하면서. 그러면 어머니가 저기 빵빵 하는 데 사는구나(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어머니 생각이 더 났어. (그래서 그때 (일본으로) 오셔서 어머니 만나셨어요?) 만났어요.]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밀항으로 왔지. (경찰이) 알면 못 오지. 그런 때였어. 빗자루 만드는 데(서 일했어). 나도 하고 어머니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그때는 살았지. 돈 약간 받으면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가서 함께 일하면서 모르는 건 아는 사람이 가르쳐주고. 일을 안 하면 먹고 살 수가 있나.

그렇게 하면서 일하다가 또 다른 데 가서 일을 해봤지. 제주도 살면서 김매기 했던 걸 생각하면 (공장 일이 더) 편했지. (밀항으로 왔기 때문에) 숨어서 살려고 하니, 그때는 숨어서 살아도 뭐 심하게 조사하지 않으니 살 수 있었지.

그렇게 안 하면 전부 (경찰이) 잡아서 (한반도로) 돌려보냈지. 어디서 왔는지 전부 아니까. 조선 사람들이 (일본에) 오면 (한복에) 페인트칠을 막 해버릴 때 왔지. 조선 사람은 조선 옷 입고 다니지 말라고.

그래도 어머니가 여기(일본에) 있으니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어머님, 말 안 통해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말이 안 통해도 어머니가 있고 하니까.

어머니도 가르쳐주고. 어머니도 일본에 와서 오래 사니까 언어를 알아서 어머니에게 설명 듣고. 목욕탕 가려고 해도 어머니랑 같이 가고.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그 때는 막 자식들 어리고. 학교에 보내야 하니까. 아이들 일손 빌려서 하지 않았어. 전부 아버지(남편)와 (공장 일을) 했지. 너(아들) 일 안 했지?

[현선윤(68세·차남) / 불문학 연구자]
무슨 소리야? 일 많이 했잖아.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어, 너만 그렇게 기억하는 거 아니야?

[현선윤(68세·차남) / 불문학 연구자]
(가족 다 같이 공장 일을 하셨어요?)응, 다 그래. 우리 세대는 다 그랬어.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일은 힘들지 않으셨어요?) 힘들었지. 자식들 밥해주고 학교 보내고. (돈은 많이 버셨어요?)난 잘 몰라. 돈 관리는 아버지(남편)가 했으니까.

(40대 후반에) 늙어도 학교 다녔어. 내 세대엔(글을 잘 모르니까). 우리 친구들도 학교 다녔어.

[현선윤(68세·차남) / 불문학 연구자]
아버지도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요. 글은 잘 아셨지만. 할아버지한테서 글을 잘 배우셨으니까. 2세들은 전부 학교에 다녔는데. (그러니까) 같이 살고 있지만 (1세와 2세의) 사고방식이 달라요.

[김순하(97세) / 재일동포 1세]
(몇 해 전에 서귀포에 가셨다면서요? 가보니 어떠셨어요?) 서귀포에서 땅 사고 했었지만. 이젠 땅도 없지만 말이야. 이젠 갈 곳이 없어.

거기(서귀포)에 밖에 친척들(이 없어). 먹고 살기 좋아. 제주도에 가면. 시원하고 친척도 많이 있고. 아주 좋아. 좋아도 난 여기(오사카)가 (편해).

가끔 친척 만나러 가는 건 좋지만, 살려고 하면 절대 사는 건 나는 못해. 제주도에서는 오랫동안 일을 안 했으니까 가도 김매기 하면서도 살지 못해.

역시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러니까 여기(오사카)가 좋아. 여기서도 일이 없으면 안 되지만. (자식들에게는) 밥이나 잘 먹으라고 했지. 공부야 많이 시키지 않았지만.

먹는 것이 (중요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잘) 먹지 못했어. (할머니, 아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아무것도 없어요. 만족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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