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노숙인을 만들어내는 빨래방

'깨끗한' 노숙인을 만들어내는 빨래방

2017.10.01. 오전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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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숙인들은 제대로 씻지 못하고, 빨래도 하지 못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데요.

호주에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은 빨래방이 있다고 합니다.

봉사자만도 9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윤영철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평범한 흰색 밴이 오렌지 색 빨래 차로 변신합니다.

차 안 가득 세탁기를 싣고 새벽부터 어딘가로 이동합니다.

차가 멈춘 곳은 한 공원.

해가 떠오르자 빨랫감을 가득 가져온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크리스 / 노숙인 : 샤워 밴과 빨래 서비스의 공통점은, 길 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옷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지부터 차이가 나고,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도 달라지죠. 당신이 무얼 하든 간에요.]

2014년부터 시작된 '오렌지 스카이 세탁 프로젝트'입니다.

노숙인들이 '청결'을 챙길 수 있도록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 둘이 이동식 빨래방을 연 건데요.

[루카스 패칫 / 설립자 :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은 상쾌하고 깨끗한 옷을 입는 것이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누릴 권리가 있어요. 사실 (노숙인들에게) 음식은 꽤 여러 곳에서 제공되잖아요. 그래서 중요하지만 간과된 부분을 찾아보고자 했죠.]

처음 시작할 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빨래방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거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죠.

하지만 취지에 동감한 한 전자회사의 도움으로 프로젝트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자원봉사자 900여 명과 함께 호주 전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그렛 스모큼 / 자원봉사자 : 무엇보다도 제 마음을 끌었던 건 이게 정말 실용적인 서비스라는 사실이었어요. 필요한 사람들에게 묻고 따지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노숙인들은 이곳에 와서 친근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죠.]

지난해부터는 샤워 시설도 함께 제공되는데요.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하루 50명까지 이용합니다.

깨끗함을 되찾은 노숙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빨래방 덕분에 새로운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는데요.

[루카스 패칫 / 설립자 : 한 사람의 삶에 대화가 미치는 영향은 감히 잴 수 없어요. 대화는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죠. 그 긍정성은 돌고 돌아요.]

기발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이동식 빨래방이 노숙인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새 출발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브리즈번에서 YTN월드 윤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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