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우드] 한국영화 걸작선 '마부'

[한류우드] 한국영화 걸작선 '마부'

2017.09.24. 오전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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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앞서 잠깐 보신 강대진 감독의 1961년작 '마부'입니다.

불과 20대의 나이에 찍은 이 영화를 통해, 강대진 감독은 1960년대 초의 시대상을 탁월하게 담아냈는데요.

서민 가족의 애환을 보여주는 가족 드라마로서도 일품입니다.

영화 '마부', 지금 만나 보시죠.

자동차 산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1960년대.

트럭 대신 마차가 주요 화물 운송 수단으로 쓰였는데요.

[춘삼 : 저 이거 오늘 도합 이거 6천 800원밖에 못 올렸습니다. 제가 800원밖에 못했습니다.]

[마주 : 아니 점점 수입이 떨어지니 어떻게 된 거야?]

마차를 끄는 마부들은 말을 살 처지가 못돼 마주에게 말을 빌려 영업을 했습니다.

그날의 수입분을 매일 마주에게 가져다줘야 했죠.

주인공 춘삼은 이렇게 마부 일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큰 아들 수업은 고등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미 세 번이나 낙방해 아버지 볼 면목이 없습니다.

[춘삼 : 괜찮다. 괜찮아. 밥 먹어라. 밥 먹어.]

[수업 : 아버지, 내일부터라도 제가 말을 끌겠어요.]

[춘삼 : 쓸데없는 소리. 인마, 그건 안돼. 시험 날짜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인마.]

춘삼의 유일한 꿈은 아들이 고등고시에 합격하는 것.

늘 아들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런데 다른 자식들은 춘삼의 속을 썩이는데요.

[춘삼 : 밤낮 쫓겨와.]

말을 못하는 큰딸 옥례는 툭 하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 옵니다.

[춘삼 : 아이고 답답아, 이게 말을 해야 알잖아. 너 왜 왔냐. 이런 나쁜 놈. 가자!]

[수업 : 아버지, 제가 다녀오겠어요.]

[춘삼 : 가만, 내 이 자식하고 오늘 담판을 질 테니까 가자!]

한편, 막내딸 옥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마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돈 많은 남자와 데이트에 나섭니다.

[남자 : 오빠는 뭘 하시나?]

[옥희 : 항공 회사에 나가세요.]

[남자 : 언니는?]

[옥희 : 결혼했어요.]

[남자 : 옥희 취미는?]

[옥희 : 취미요? 에이.]

옥희가 상류층 남자와 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 말을 몰고 가던 아버지 춘삼과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인데요.

영화 '마부'는 이렇게 마차와 자동차를 대비시키면서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했던 1960년대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일찌감치 아내와 사별한 춘삼은 마주 집에서 식모 생활을 하는 과부 수원댁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데요.

[춘삼 : 수원댁, 떡 좋아하죠? 자.]

[수원댁 : 이거 웬 거예요. 오늘 무슨 고사 지내셨어요?]

[춘삼 : 고사는 무슨 고사야. 수원댁이 떡 좋아할 줄 알고 길거리에서 특별히 샀지 뭐.]

[수원댁 : 난 이런 거 자주 먹어요. 애들이나 갖다 드리세요.]

두 배우 모두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당대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김승호와 황정순이 펼치는 훈훈한 로맨스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영화 관람까지 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는데요.

[수원댁 : 참 재미있어요.]

[춘삼 : 그 처음부터 못 봐서.]

그런데 하필 같은 극장에 딸 옥희가 들어옵니다.

난처해진 춘삼, 급히 극장을 떠나는데요.

[춘삼 : 상당히 시장한 데 우리 점심 먹으러 갑시다.]

이번에는 식당에서 큰아들 수업을 마주치게 되죠.

춘삼이 수원댁과 자식들 몰래 데이트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이 난처한 상황은 관객들에게 풋풋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영화 내내 지금은 볼 수 없는 1960년대 초반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얻을 수 있는 매력입니다.

이 영화에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서민들의 선한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없는 사람들을 막 대하는 부자들에 대한 비판도 녹여 내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춘삼과 그의 가족은 점점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습니다.

강대진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지금 봐도 감동적인 가족 휴먼 드라마 '마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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