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주도적인 삶 '숲 유치원'

놀면서 배우는 주도적인 삶 '숲 유치원'

2017.09.24. 오전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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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을 입은 꼬마 아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제 몸집보다 훨씬 큰 짐수레를 함께 끌면서 산으로 올라가는데요.

울창한 숲 속에 도착하자 능숙하게 짐을 풀어 나릅니다.

가방을 보관할 사물함과 나무 그네까지.

교실을 숲에 옮겨 놓은 것 같은데요.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숲 유치원'입니다.

[이자벨 가브리엘 / 숲 유치원 교사 : 도시의 일반 유치원과는 달리 벽이 없는 공간이라는 점이 숲 유치원의 큰 강점이에요.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사물을 느낄 수 있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숲 유치원은 쉬는 법이 없습니다.

나뭇가지로 활을 만들어 궁수가 돼보기도 하고 우연히 깃털을 줍기도 하는데요.

숲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 됩니다.

흙바닥에서 신나게 공부하다 보니 옷과 신발은 이미 얼룩덜룩해졌는데요.

이런데도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숲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바스티안 / 학부모 : 일반 유치원의 환경은 숲 유치원과 다릅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모서리도 없애고, 바닥도 고무로 돼 있지만,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죠. 현실 세계는 그보다 더 위험하며 아이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배워야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식사 준비를 합니다.

다섯 살 어린 나이지만 불 피우는 솜씨가 제법 야무진데요.

피자를 어떻게 데울지 의논하고 함께 불을 피우는 사이에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회성은 쑥쑥 커집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도 익힙니다.

[라라 / 5세·숲 유치원생 : 지저분한 손으로 밥 먹으면 안 돼요. 그러면 병이 나서 아파요.]

이런 숲 유치원은 스위스 전역에 300~500군데 정도 있는데요.

스위스 정부는 일반 유치원에서도 1주일에 한 번은 숲으로 나가 수업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세바스티안 / 학부모 : 제 아들은 수줍음이 많았어요. 하지만 숲 유치원에 다닌 후에 육체적으로 더 활발해졌고, 사물 인지 능력도 좋아졌죠. 저 도랑은 얼마나 깊은지, 이 다리와 저 나무는 얼마나 높은지 감지하고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할 수 있어요.]

교실 밖으로 나와 자연 속에서 공부하는 '숲 유치원'.

아이들에게 주도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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