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우드] 한국영화 걸작선 '오발탄'

[한류우드] 한국영화 걸작선 '오발탄'

2017.09.17. 오전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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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도대체 어디로 가자고 하는 걸까요?

갈 곳을 모르고 헤매는 주인공의 처지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장면인데요.

전후 분단 상황과 가난의 굴레에 동시에 갇혀 버린 한 남자의 처연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더 큰 코리아가 새롭게 마련한 한국영화 걸작선!

오늘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금자탑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고 유현목 감독의 걸작 '오발탄'입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회계사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는 철호.

그는 심각한 치통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호는 치과에 갈 처지가 못됩니다.

고향을 떠나 허름한 해방촌에 정착한 철호는 늙은 어머니와 아내에 자식들, 게다가 동생들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이 대사는 영화 내내 되풀이 됩니다.

분단 때문에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의 아픔을 강조하는 설정이겠죠.

이런 가운데, 철호의 동생이자 퇴역 군인 영호는 뚜렷한 일자리를 잡지 못한 채 늘 술에 취해 살아갑니다.

여동생 명숙은 실연을 당한 뒤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호가 통금에 걸려 경찰서 신세를 진 명숙을 찾아 나오는 장면.

동생에게 다그치는 소리 한마디 없이 둘은 멀찌감치 떨어져 그저 말없이 걷습니다.

이 장면에서 유현목은 사실상 해체된 가족의 무기력을 탁월한 화면 구성으로 포착하고 있죠.

영호는 어쩌다가 영화배우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

가진 건 자존심 하나뿐인 상이군인 영호.

전장에서 입은 상처를 영화에 활용하겠다는 감독의 말에 불현듯 화를 냅니다.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던 영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심하죠.

하지만 영호의 선택은 영화 제목 그대로 오발탄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힌 동생 영호를 면회하러 간 철호.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한 없이 무기력한 표정은 당대 최고의 배우 김진규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동시에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죠.

여동생은 미군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철호에게는 아직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 '오발탄'은 6.25 전쟁을 겪은 실향민 가족의 절망적인 상황을 통해 분단의 비애를 형상화했는데요.

사회와 시대의 부조리에 주목하는, 이른바 리얼리즘적인 전통을 탁월하게 계승한 문제작으로 손꼽힙니다.

이 영화는 1960년 4.19 혁명의 격동 속에서 제작되었는데요.

이듬해 4월 극장 개봉했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에 의해 상영이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영화의 정서가 지나치게 어둡다는 게 이유였죠.

전쟁과 분단이 한 가족에게 남긴 상처와 비극.

당대의 공기를 무겁지만 사실적으로 전달한, 한국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걸작!

'오발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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