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재활 돕는 프랑스 단체들

노숙인 재활 돕는 프랑스 단체들

2017.07.16. 오전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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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농장, 60대 질 장 씨가 염소를 돌보고 있습니다.

능숙한 손길이 숙련된 농부로 보이는데요.

사실 질 장 씨는 거리에서 생활하던 노숙인이었는데 얼마 전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질 장 / 노숙인 출신 농부·60대 : 제 나이에 일을 새로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을 좋아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나름의 직업이 있거든요.]

이곳은 노숙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에스포아'가 만든 농장입니다.

농장에서 동물을 돌보거나 정원을 관리하는 10여 명 모두 한때는 거리생활을 했다는데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떠나야 하는 다른 보호시설과 달리 이곳은 노숙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머물 수 있습니다.

[소피 빌레노 / 농장 관리자 : 이곳은 반드시 일자리나 집을 구해야 한다는 압력 없이 일주일, 몇 달, 혹은 몇 년간 자연 속에서 일생의 힘든 부분을 털어버리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땅을 일구고 동물과 가깝게 지내다 보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데요.

오랫동안 거리에 살다가 10년 전 농장에 온 자니크 튜렛 씨도 이곳에 온 뒤 건강을 찾았습니다.

[자니크 튜렛 / 전 노숙인·50대 : 처음에 저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이곳으로 오면서 차차 회복됐어요. 이제는 휠체어도 타지 않고 목발을 짚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쉼터나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에스포아'에서는 개인의 능력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일자리도 연결해 줍니다.

콜마르 시에 있는 공방도 그중 하납니다.

이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장식품이나 예술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요.

노숙인에게 물건을 수리하는 기술을 가르쳐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셀린 / 에스포아 공방 관리자 : 크게 보면 잡화점이고요. 또 이곳은 사회적인 관계를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 예를 들어 자원 봉사자나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들이 와서 봉사와 일을 합니다.]

'에스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는 노숙인과 실업자 등 한 끼 식사가 간절한 사람을 위한 곳도 있습니다.

30여 년 전 처음 문을 연 '사랑의 식당'은 대표적인 노숙인 지원 단체인데요.

스트라스부르에서만 2천5백여 명이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수잔 세틀러 / 사랑의 식당 총책임자 :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경제적인 증명을 해야 할 것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나 여기에 와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올리비에 슈나이더 / 식료품 수급자 : 올해로 식료품을 지원받은 지 5년이 됐습니다. 이곳은 저에게 정말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런 도움이 없다면 저는 생존의 문제에 처하게 됩니다.]

사랑의 식당은 노숙인과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사랑의 일터'나 가난한 미혼모와 12개월 이하 아기들을 위한 '사랑의 아기 식당'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기부하는 기업에 세제혜택까지 주어지면서 프랑스 전국에 2천여 개로 늘었고 자원봉사자 수는 6만여 명을 헤아리게 됐습니다.

[크리스틴 / 식료품 배급소 총책임자 : 사랑의 식당은 종교, 경제, 정치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기관입니다. 이곳의 모든 자원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모든 종교, 나라, 국민을 막론하고 차별 없이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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