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과 나눈 밥 한 끼'…핀란드 레스토랑 데이

'내 이웃과 나눈 밥 한 끼'…핀란드 레스토랑 데이

2017.06.04. 오전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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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핀란드에서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서로 교류하는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온 거리가 레스토랑으로 변하는 핀란드 '레스토랑 데이' 현장으로, 신소영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기자]
햇살 좋은 어느 한적한 주택가.

이웃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주인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데요.

이웃끼리 다 함께 먹음직스러운 한 끼 식사를 즐깁니다.

하루 동안 거리 곳곳이 식당으로 변신하는 '레스토랑 데이' 행사입니다.

[엘리아스 푸사·퓌뤼 푸사 / 레스토랑데이 참가자 : 이 동네에는 레스토랑이 없어서 레스토랑 데이에 우리가 이웃을 위해 문을 열었어요. 레스토랑 데이는 이웃과 친해질 좋은 기회입니다. 늘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아요.]

음식을 사서 잔디에 자리를 깔고 앉으면 그곳이 바로 고급 레스토랑이 됩니다.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고 어디서나 음식을 판매하는 이 행사는 2011년 시작됐습니다.

자영업을 꿈꾸던 한 핀란드 청년이 하루쯤 모든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나눠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건데요.

첫해 핀란드에서 50팀이 참가했는데, 6년 만에 22개 나라, 100개 도시에서 열릴 만큼 세계적인 축제가 됐습니다.

[에베리나 키이스키·안니나 카나넨 / 손님 :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격이 정말 저렴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습니다.]

핀란드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유럽을 넘어 아시아 음식까지, 판매하는 음식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종과 출신 국가가 달라서 잘 몰랐던 내 이웃의 음식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리이따 리이사 아르니 / 한식당 손님 : 한식이 정말 맛있어요. 여러 맛의 조화가 놀라워요.]

[멜리사 아르니 하르덴 / 한식당 참가자 :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같이 둘러앉는 것을 보고 싶어서 한식당을 열었어요.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즐기는 것이 한국문화의 흥미로운 점이기 때문이죠.]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이 행사가 상업적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주최자 안띠 씨는 예약시스템을 도입해 이웃의 집밥을 중심으로 바꾸어 나갈 예정입니다.

[안띠 투오몰라 / 레스토랑 데이 주최자 : 미리 자리를 예약하고 결재도 미리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낯선 이웃을 집에 들이는 걸 꺼리는데 누가 얼마나 오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미 결재한 것을 알면 낯선 사람을 초대해도 안심할 것 같아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이웃과 나누는 밥 한 끼가 각박한 세상 속 온기를 되찾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헬싱키에서 YTN 월드 신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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