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 후손 특집] 쿠바 한인 이민사 영화 만드는 동포

[쿠바 한인 후손 특집] 쿠바 한인 이민사 영화 만드는 동포

2017.03.19. 오전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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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는 쿠바 한인의 이민 역사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동포가 있습니다.

동포 변호사 전후석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쿠바 한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고 있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기자]
쿠바의 햇살만큼 환한 미소를 짓는 소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쿠바 한인 후손 : 전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매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난 한국 사람입니다.]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서 말로만 전해 들었던 가족의 뿌리.

이역만리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더 크게 합니다.

[쿠바 한인 후손 : 저희 증조부가 한국에서 태어나셨는데요. 한국 상황이 너무 가난해서 멕시코에 이주하셨어요. 멕시코에서 일하다가 쿠바로 이주하셨고요...]

올해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헤르니모'입니다.

[전후석 / 동포 변호사·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조셉 장(전후석)입니다. 저는 뉴욕에서 변호사 일을 하고요. 요즘 '헤르니모' 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후석 씨가 쿠바 한인 후손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요?

[전후석 / 동포 변호사·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한인 디아스포라, 한인 정체성 관련해서 늘 관심이 많았어요. 정체성에 대한 갈등? 혼란? 그리고 미국인으로서 혹은 한국인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내가 스스로한테 적용해서 생활해야 하는지..]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했지만 변호사가 된 뒤로는 꿈은 접어야 했던 후석 씨.

그런 후석 씨가 잘나가던 변호사일까지 쉬어가면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습니다.

[전후석 / 동포 변호사·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개인적 여행으로 혼자서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났었어요. 공항 게이트에서 나오는데, '아 저분이구나', 하고 딱 만났는데, 아시아계인 거에요. 첫 번째 쿠바인이자 아시아계였죠. 그래서 좀 의아해서 차를 타고 가면서 물어봤어요. 혹시 중국계냐고… 'Are you chinese?' 그러니까 'No, I am Fourth generation Korean.' 그러니까 자기가 4세 한인 후손이라고….]

뿌리가 같은 한인 후손이 쿠바에 사는 것도 신기한데,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시절 쿠바에 정착한 한인 1세대이자 독립 운동가, 고 임천택 선생이었던 겁니다.

[전후석 / 동포 변호사·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일제 강점기 시절에 멕시코와 쿠바에 있는 한인들한테 그 독립자금을 모아서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에 이분이 앞장서서 보내신 장본인 중 한 명이시더라고요. 나중에 김구 백범일지에도 등장하게 되고요.]

그중에서도 후석 씨의 마음을 흔든 인물은 임천택 선생의 장남인 '헤르니모'였습니다.

헤르니모, 한국 이름 임은조 씨는 젊은 시절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 혁명을 주도하고, 은퇴 후에는 한인 후손들의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했던, 쿠바 한인 사회의 지도자였습니다.

[전후석 / 동포 변호사·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역사적으로, 역경 속에서도 그 정체성과 커뮤니티 조성에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인 정체성이란 왜 중요하고, 중요하다면 우리가 어떤 당위성을 갖고 그걸 유지해야 하는지, 그걸 임은조 선생님을 통해서 알아보고 싶습니다.]

후석 씨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2만 2천 달러, 우리 돈 2천5백만 원 후원금을 모아 영화 제작에 보탰습니다.

여섯 달 만에 다시 떠난 쿠바행.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영화를 같이 만들 동료들과 함께였습니다.

[송재선 / 전후석 씨 동료 : 저희들의 뿌리를 조금이라도 사실은 조금이라도 그냥 다른 몇 사람이라도 아는 기회가 되고, 계기가 되면 저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쿠바 수도 아바나와 카르데나스, 마탄사스를 넘어 전역을 돌아다니는 여정이었습니다.

백 명이 넘는 한인 후손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오기훈 / 전후석 씨 동료 : 서툰 한국말이라도 그런 문화를 유지하려는 모습에 있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자녀로서 조국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지켜온 쿠바 한인의 후예들.

후석 씨는 이 영화가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후석 : 영화를 찍어보자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쿠바 한인 이야기가) 정말 제 가슴을 너무나 때렸거든요. 쿠바와 멕시코에 있는 한인 후손들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걸로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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