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일기] 한인 노인을 위한 '작은 한국'의 주인장, 수지 원

[거꾸로 쓰는 일기] 한인 노인을 위한 '작은 한국'의 주인장, 수지 원

2018.01.14. 오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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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공놀이에 한창이다.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자 테니스를 응용해 만든 간단한 놀이다.

호주에 있는 양로원이지만, 입주자 다섯 명을 빼고는 전부 한국인이다.

[수지 원 / 양로원 원장 : 한국 음식이 제공되고 (직원들은) 한국말 다 되고, 오락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한국식으로 전부 장기며 화투며 모든 것을 다 한국식으로 하고…]

44년 전 호주로 건너와 간호사 면허를 땄다.

일반 병원에선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가 힘들어 다른 일자리를 찾던 중 양로원에 오게 됐다.

[수지 원 / 양로원 원장 : 양로원에서 일하다 보니까 병원보다 더 가족보다 정이 들고, 왜냐하면 양로원에 오시는 분들은 오래 계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처럼 더 정이 들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간호원장으로 일을 하다가, 저도 직접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호주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양로원'이라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플 때 언어가 통하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수지 원 / 양로원 원장 :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다 보니까 영어도 안되죠, 자녀분들은 일하다 보니까 바빠서 매일 와서 돌볼 수가 없지,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소통이 되게끔 이렇게 만들어주는 것도 동포들을 위한 하나의 좋은 일일 것 같아서…]

노인들과 말벗하고, 어떻게 하면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할까 고민하는 일이 보람차고 행복하다.

여가 활동 담당자들과 함께 운동 수업, 미술, 공예 등 다양한 활동도 기획한다.

[수지 원 / 양로원 원장 : '만약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면 어떤 걸 우리가 원할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하라고 해서 가족처럼, 부모처럼, 우리 자신처럼 여기서 지내시게끔 그렇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나를 따라 가족 모두 경영에 뛰어들었다.

딸은 회계를 보고 아들은 직장을 관둔 후 간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내가 물러난 이후에도 한인 노인들을 위한 작은 쉼터가 계속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수지 원 / 양로원 원장 : 와서 대우받으시고 더 즐겁게,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누구나 다 여기 오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드는 집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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