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일기] 노년의 사진작가 김윤성의 일기

[거꾸로 쓰는 일기] 노년의 사진작가 김윤성의 일기

2017.07.16. 오전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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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얀마의 소도시 따웅우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서둘러 사진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6~17세기 동남아 패권을 휘둘렀던 지역인데 이제 그 흔적을 별로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운 곳이다.

퇴락한 왕조의 도시에서 늙어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김윤성 / 노년의 사진작가 : 내가 어릴 때 실내 경기장이라던가 이런 게 없었어요. 이걸 보면 내가 어릴 때 비 맞고 뛰고 갯벌 속에서 구르고 하던 때가 생각나지요.]

오늘은 한 시골 마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60년대 풍경을 닮아 정감이 가는 곳이다.

길을 걷다 야생 동물을 친구 삼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김윤성 / 노년의 사진작가 : 이런 모습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록 차원에서 이런 길을 좋아하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 근처에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그날그날 잡은 물고기로 밥을 해 먹는다.

풍족하진 않지만, 모자랄 것 없는 삶을 보며 욕심만 그득하던 내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김윤성 / 사진 작가 : 이 사람들의 표정을 한번 보세요. 전혀 꾸밈없는 표정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이런 얼굴이 좋고, 표정이 좋고….]

사진으로 돈을 벌던 젊은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게 고된 노동처럼 느껴졌다.

5년 전, 노년에는 미얀마에서 좀 쉬고자 왔는데 또 다른 촬영 거리가 자꾸 생각난다.

아마 평생 편안하게 쉬다 갈 운명이 아닌 것 같다.

[김윤성 / 노년의 사진작가 : 사진은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배워서 카메라에 취미를 붙이세요.]

몸은 비록 힘들지만 사진 여행 중 만난 자연과 사람들은 늘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내일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김윤성 / 사진작가 : 오늘도 해가 저무네요. 내일 또 제 카메라 셔터는 계속 눌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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