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 놀이터

[세상교과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 놀이터

2017.04.16. 오전 02:4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건물이 조금만 오래되거나 낡으면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는 요즘, 그나마 몇몇 남아있는 예스러운 골목길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죠.

타이완에서는 역사가 스며있는 옛 건물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변주희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하늘에 닿을 듯 길쭉한 빌딩 숲 사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건물이 눈에 띕니다.

듬성듬성 살갗을 드러낸 외벽과 누렇게 녹슨 물탱크까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요.

한해 400만 명이 다녀가는 타이베이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입니다.

[천이윈 / 관광객 : 전시도 많이 열리고, 구경하면서 사진찍기 좋아서 이곳에 자주 놀러 옵니다.]

[모니카 / 관광객 : 복고적인 느낌이 들고 아름답네요. 이곳을 참 좋아해요.]

건물 안에서는 현대 미술 작품 전시가 한창인데요.

신인 예술가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예술가들에게는 전시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고, 평균 임대료의 절반만 내면 공방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천용창 씨도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꿈의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는데요.

[천용창 / 수제 구두 디자이너 : 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광고를 통해 공방 홍보까지 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 이곳은 100년 전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개발이 가속화되던 1980년대,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졸지에 폐허 신세가 됐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수십 년간 방치된 볼품없던 양조장을 허무는 대신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요.

오랜 역사가 스며있는 양조장은 매년 천여 개의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도심 속 문화 놀이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간 4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리청베이 / 화샨 문화지구 관계자 : 화샨 문화지구는 한 권의 책이자 무대이며 한 폭의 풍경이자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활동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문화 놀이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YTN 월드 변주희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