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대중목욕탕의 벽화 이야기를 아시나요?

[세상교과서] 대중목욕탕의 벽화 이야기를 아시나요?

2017.02.05. 오전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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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중목욕탕 문화가 발달했던 일본에는 목욕탕 안에 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이 줄어들면서 벽화 화가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요.

사라져 가는 대중목욕탕 문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노장 화가와 홍일점 여제자가 있습니다.

권정미 PD가 전합니다.

[기자]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벽 전체에 후지산 전경을 그리고 있는 다나카 미즈키 씨.

작업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중목욕탕입니다.

일본에 3명밖에 남지 않은 대중목욕탕 벽화가 가운데 한 명인데요.

유일한 30대이자 여성 화가입니다.

[다나카 미즈키 / 대중탕 벽화가 : 제가 그린 벽화가 있는 대중탕에서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일본 대중탕 벽화의 역사는 19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목욕탕 주인이 목욕탕 안에 그림이 있으면 '어린아이도 기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겨났습니다.

대중목욕탕이 호황을 누리던 1960년대에는 인기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주거환경이 좋아지고 목욕시설이 대형화되면서 그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거의 사라진 직업이 됐습니다.

미즈키 씨는 벽화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목욕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나카 미즈키/ 대중목욕탕 벽화가 : 대중탕은 단순히 목욕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목욕탕 벽화를 그리는 다른 2명은 모두 7, 80대입니다.

그야말로 백전노장, 전설의 화가로 불리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남탕과 여탕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지 않는 것이 이들만의 철칙이라는데요.

남탕과 여탕의 그림이 합쳐져 한 폭의 그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젤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매일 동네 목욕탕을 찾는 나이 드신 손님들도 대중목욕탕이 사라져 가는 걸 아쉬워합니다.

[우에하라 이치로 / 주민 : 시대가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죠. 이 모든 게 사라진다니 아쉽습니다.]

뜨끈한 탕에 몸을 담그고 벽면 한가득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건 확실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제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지키려는 대중목욕탕 화가들의 손길이 오늘도 바쁘게 빈 벽을 채워 나갑니다.

YTN 월드 권정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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