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고장난 물건을 치료하는 사람들

[세상교과서] 고장난 물건을 치료하는 사람들

2016.11.07. 오전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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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고와 검소한 생활습관으로 유명하죠.

고장 난 물건이나 옷을 버리지 않고 고쳐서 다시 쓰는 문화가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김영호 리포터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고장 나 서랍에 방치됐던 가전제품과 옷가지를 챙겨 나서는 동포 김수지 씨.

집 근처에서 '수리 행사'가 열리는 날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했던 캠코더와 옷은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김수지 / 잘츠부르크 동포 : 장점이라면 한번 망가진 물건을 바로 버리지 않고, 고쳐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이곳에 온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은 낡고 오래돼 제 기능을 못 하거나 망가진 것들입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대를 이어져 온 손때 묻은 물건들이 쓰레기통 대신 '리페어 카페', 이른바 협동 수리 센터에 모였습니다.

[라우라 / '리페어 카페' 방문객 : 저는 오늘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를 고치려고 방문했어요.]

고장 난 물건을 버리지 말고, 고쳐서 다시 쓰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행사는 3년 전 처음 시작됐습니다.

재봉질이며 제품 수리를 도맡아 하는 사람은 모두 지역 주민들입니다.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접 수리공으로 나서기도 하고, 물건 하나를 고치기 위해 몇 명이 달라붙기도 합니다.

수리가 끝나면 돈 대신, 그저 '고맙다'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균터 / 자원봉사자 : 제가 봉사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언가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면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 테니까요.]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2천 개가 넘는 물건이 새 생명을 찾아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이웃 간의 만남을 통해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어술라 사르간트리너 / 리페어 카페 주최자 :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쓰던 옛 물건에 익숙하고 고장이 나면 새로운 물건에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죠. 우리의 목표는 앞으로 이 행사를 꾸준히 여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고장 난 물건을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물건을 치료해주는 일과도 같습니다.

일상적인 물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고쳐서 재사용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YTN 월드 김영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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