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가다] 버려진 옷에서 영감을 얻다…디자이너 천희진

[청춘, 세계로가다] 버려진 옷에서 영감을 얻다…디자이너 천희진

2016.06.04. 오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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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한인 패션 디자이너가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버려진 옷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는 천희진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준섭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기자]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미술관에서 열린 패션쇼, 모델들이 좌중을 압도하며 런웨이를 활보한다.

하얀 꽃이 그려진 검은색 가죽 재킷이 눈에 띈다.

길게 늘어뜨린 검은 점퍼에 꽃과 우주, 하늘 그림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엘른 로우든 / 패션쇼 관객 :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초가 그려진 재킷이었어요. 마치 빛을 내는 버드나무의 느낌, 대지의 느낌이 났어요. 정말 멋있어요.]

무대 옆에서 긴장한 얼굴로 모델들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이번 패션쇼의 디자이너인 동포, 천희진 씨다.

[천희진 / 패션 디자이너 : 오늘 패션쇼에 만족합니다. 제 여러 작품을 보여주는 기회라서 기뻤어요. 멋진 일이죠.]

희진 씨는 뉴질랜드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디자이너다.

이번 패션쇼도 이 미술관에서 희진 씨를 초청해 개최한 것이다.

희진 씨는 중고 가죽 재킷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버려진 옷감에 장식을 덧대 되살려낸다.

누가 입다가 버린 옷이나 물건에서 영감을 얻는다.

[천희진 / 패션 디자이너 : 작업을 마쳤을 때 결과물을 보고 제가 만족하고 싶어요. 저는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해요.]

희진 씨는 오클랜드 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패션계에서 활약하게 됐다.

그녀의 남다른 감각을 알아본 친구들이 패션 업계에 먼저 정착해 너도나도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아드난 일디즈 / 예술가 : 희진 씨의 작품은 수공예적인 느낌이 있어요. 매우 강하고 질감이 잘 느껴지죠. 정성과 노력을 들여 섬세한 수공예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러다 지난 3월, 희진 씨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할리우드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의 권유로 옷을 만들었는데 그 옷이 할리우드 패션 스타, '킴 카다시안'의 눈에 띈 것이다.

킴 카다시안이 희진 씨의 옷을 극찬하면서 보그와 엘르 등 유명 패션 미디어도 작은 동양인 디자이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천희진 / 디자이너 : 중고 재킷을 사서 재킷 곳곳에 킴 카다시안을 그려 넣었어요. 그 후 킴은 그 옷을 입고 다니고 있죠.]

작품 소재만큼 희진 씨의 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보통 패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그린 뒤 디자인에 맞춰 재봉하는 것과 달리 모든 작업에 즉흥성이 있다.

[천희진 / 패션 디자이너 : 계획을 하지 않고 먼저 작업부터 진행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 작업을 보고 평범하지 않다거나 독특하다고 해요.]

오클랜드에서 나고 자란 희진 씨지만 뿌리가 있는 한국에서도 언젠가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다.

[천희진 / 디자이너 : 앞으로 제 브랜드를 더 키워서 한국에서도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국과의 만남이라고 할까요?]

뉴질랜드와 할리우드를 넘어서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싶은 것이 희진 씨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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