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서 화해한다"…이색 격투 대회

"싸우면서 화해한다"…이색 격투 대회

2016.04.09.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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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테말라의 한 원주민 마을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색 스포츠 행사가 열렸습니다.

평소 앙금이 있던 사람과 맨손으로 싸워 마음에 있던 응어리를 푸는 경기라는데요.

싸우면서 화해를 하는 독특한 격투 대회 현장에 김성우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과테말라시티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원주민 마을 치바레또.

오늘은 100여 년 전부터 대대로 전해져온 마을의 전통 행사, '맨손 격투 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링 위에 선 참가자들.

하지만 싸움 실력은 영 어설픕니다.

[빅토르 / 참가자 :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친구와 앙금을 풀 겸 2년째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부활절을 앞둔 '성 금요일'에 열리는 '맨손 격투 대회'.

승패를 떠나 평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사람과 앙금을 풀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는 취지의 행사입니다.

어설픈 격투라도 '글러브'같은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네 명의 심판이 경기를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참가자가 위험에 빠지기 전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참가자 스스로 기권을 해도 괜찮습니다.

[크리스또발 에르난데스 / 참가자 : 즐거운 스포츠 행사고요. 아버지도 참가했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행사입니다. 가족끼리 다투면서 쌓였던 감정을 여기서 즐기면서 풀죠.]

[세싸르 사마요아 / 참가자 : 격투 신청이 들어와서 응했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좋습니다.]

이 행사는 한때 패싸움으로 번져 사라질뻔한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즐거운 격투', '화해하는 격투'로 행사의 의미를 넓혔습니다.

[아나스따시오 뻬레스 / 마을 이장 : 맨손이지만 위험한 격투가 아닙니다. 우리 자손들과 미래를 위해 이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가길 바랍니다. 스포츠는 곧 건강이니까요.]

올해 '맨손격투대회'에는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등 이웃 나라 취재진도 찾아와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과테말라 치바레또에서 YTN 월드 김성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