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로 제2 인생 사는 외교관

이발사로 제2 인생 사는 외교관

2016.03.19. 오후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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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세 시대, 이런 제2의 인생은 어떨까요.

외교관으로 정년퇴임 한 뒤 싱가포르에서 이발사로 봉사하며 살아가는 조순행 씨 얘기인데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봉사를 하기 위해 여섯 차례나 이발사 시험을 쳤다고 합니다.

신윤희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 모인 싱가포르의 한 양로원입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의 머리카락을 한 남자가 말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벌써 5년째 이곳에서 이발 봉사를 하는 동포 조순행 씨입니다.

[조순행 / 전 외무공무원 : 지적 장애인들을 이발을 해줬는데 그 사람들이 시내에서 만나면 제 이름도 불러주고 기억하고 반가워해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기뻐요.]

한국에서 외무공무원으로 일하던 조 씨는 정년퇴임 한 뒤 무려 여섯 번의 도전 끝에 이발사 자격증을 따냈습니다.

머리 정돈을 제때 못 하는 요양원 할아버지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할머니들을 위해서 미용학원에서 여성 컷과 파마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조순행 / 전 외무공무원 : (봉사 수혜자들이) 깔끔하게 하고 밥상머리에 앉아있는 걸 보면 아주 기분이 깔끔하고 좋아요.]

조 씨의 미용 봉사는 6년 전 싱가포르에 온 뒤에도 한 달에 두세 차례씩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런 조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현지인 중에서도 동참하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말론 / 양로원 간호사 : 조순행 씨는 이곳의 모든 환자와 소통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좋은 사람이에요.]

[조순행 / 전 외무공무원 : 이것도 일종의 기술이니까 내가 또 가르쳐주고도 싶고, 지금 혼자 생각 중인데 (나중에 한국에서) 여건이 되면 무료 이발소 같은 걸 조그맣게 필요한 동네에 가서 해볼까 이런 생각이 있어요.]

제대로 된 봉사를 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제2의 인생을 보람으로 채워가는 전직 외교관의 이야기가 싱가포르 동포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YTN 월드 신윤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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