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가다] 몽골 전통악기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

[청춘, 세계로가다] 몽골 전통악기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

2015.12.26. 오후 3:3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몽골에는 우리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모양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비슷한 '야탁'이라는 악기가 있습니다.

가야금을 전공한 한국의 젊은이가 '야탁'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 몽골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몽골의 음악 선생님, 홍세아 씨를 윤복룡 리포터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자]
음악 수업을 앞둔 시골 초등학교의 교실.

선생님이 악기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13개 현을 이리저리 뜯을 때마다 울리는 음색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생긴 모양도, 내는 소리도 우리의 가야금과 꼭 닮은, 몽골의 전통악기 야탁이다.

[홍세아, 코이카 봉사단원. 음악 교사]
"(가야금과 야탁은) 오른손이나 현의 종류 같은 것들은 요즘 만드는 재료 때문에 많이 차이가 있지 역사적으로는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탁을 가르치는 사람은 한국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홍세아 씨다.

세아 씨는 지난해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이곳에 왔다.

음악 교육 환경이 열악한 몽골에서 세아 씨의 수업은 야탁의 명맥을 잇는데 도움이 됐다.

[잉흐자르갈, 8학년·야탁 수업 학생]
"그동안 우리 학교에 야탁 수업이 없었는데 홍세아 선생님이 와서 야탁 수업과 동아리가 생겼고 야탁을 배울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야탁만이 아니다.

개정된 몽골 음악 수업에 리코더 과목이 포함되면서 세아 씨는 현지 선생님들에게도 구세주로 통한다.

[바트치멕, 동료 음악 교사]
"저희 음악 선생님들은 리코더를 배운 적이 없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었는데 홍세아 선생님이 리코더를 할 수 있어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상당히 적응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세아 씨는 혹독한 몽골의 생활환경에 눈앞이 캄캄할 정도였다.

[홍세아, 음악 교사]
"초반에는 배가 되게 많이 고팠어요. 수업 끝나고 나면 이게 꼭 뭔가 마음에, 꼭 공연 끝나고 난 것처럼 뭔가 허전하고 그래서 배가 엄청 많이 고팠었는데…."

낯선 언어도 언어지만, 영하 30도라는 믿을 수 없는 기온에, 한국에서는 없던 허리 디스크까지 생겼으니 그 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아 씨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세아, 음악 교사]
"가끔 저도 울컥 울컥할 때가 있어요. 저도 모르게. 아이들이 꾀꼬리처럼 따라 부르고 하는 거 보면서 정말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있을 때 너~무너무 행복해요."

세아 씨의 마음과 달리 딸의 허리디스크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걱정으로 속이 탈 지경이었다.

지난 6월에는 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몽골까지 직접 찾아왔다.

[홍세아, 음악 선생님]
"제가 사는 곳이랑 학교랑 다 왔다 갔다 하셨는데 주변에 보시고 우리 딸이 너무 적응을 잘하고 있고, 주변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저 잘 따르는 걸 보시고 걱정이 돼서 왔는데 걱정 안 하고 딸 믿고 가신다고…."

이제 몽골에서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세아 씨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중이다.

[홍세아, 음악 선생님]
"지금 야탁 책을, 교본을 쓰고 있어요. 그 책이 1987년도에서 90년대 초반까지만 쓰이고 저희가 쓰이지 않아서 그래서 잘못된 것도 많고 오래된 교본이기 때문에..."

몽골의 한국인 음악 선생님, 홍세아 씨는 자신이 흘리는 작은 땀방울이 몽골 전통음악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