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밥만 먹어도 기부가 된다…손쉬운 나눔 '밀셰어'

[세상교과서] 밥만 먹어도 기부가 된다…손쉬운 나눔 '밀셰어'

2015.12.19. 오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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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 활동 하시는 분 많으시죠.

캐나다에는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기부 운동이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기부로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요.

이은경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분주한 점심시간, 직장인 오렌 다렐 씨가 밴쿠버의 한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메뉴를 고르는 다렐 씨에게 종업원이 한 가지 음식을 추천해주는데요.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등장합니다.

종업원이 추천해서 특별한 음식인가 했는데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햄버거입니다.

다렐 씨가 이 햄버거를 시킨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오렌 다렐, 식당 손님]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네요. 햄버거를 하나 먹을 때마다 식사가 필요한 사람에게 한 끼 식사를 나눌 수 있다니.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 기부활동을 돌이켜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오렌 다렐 씨가 주문한 햄버거는 이른바 '밀셰어' 음식입니다.

밀셰어는 캐나다에서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식사 기부 활동인데요.

가입된 식당에서 지정된 메뉴를 시키면 같은 가치의 한 끼 식사를 어려운 이웃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앤드류 홀, 밀셰어 프로그램 기획자]
"돈을 기부해달라고 불편하게 별도 요청을 할 필요 없이 기부가 이뤄진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입니다."

이렇게 손쉬운 기부 방식 때문에 밀셰어는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단체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캐나다 7개 도시의 230개가 넘는 식당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입하려는 식당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스티브 소프, 밀셰어 동참 식당 주인]
"사실 이미 밀셰어 메뉴로 인해 더 장사가 잘되고 있어요. 놀라운 일이죠. 손님들이 밀셰어 메뉴가 있는지 모르고 왔다가 밀셰어 로고를 보고 관심을 갖고 식사를 주문하십니다. 아주 놀라운 기부 방식이죠."

노숙인과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처럼 스스로 식사를 챙기기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밀셰어 음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다이엘 라나, '키즈 세이프' 자선기관 관계자]
"밀셰어로부터 4,000명의 어린이들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불우한 어린이들이나 방학이 되면 부모가 일을 나가 집안에 혼자 남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홀, '밀셰어' 기획자]
"지난 11월 19일 모두 50만 명분의 식사가 이 밀셰어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방식이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밀셰어는 투명한 운영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데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단체의 재정 상황을 항상 공개하고요.

가맹 식당과 자선 단체를 연결하는 3자 시스템인 만큼 기부된 식사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1년에 2번씩 철저히 심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식당에서 밀셰어 메뉴를 선정할 때에도 한 가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앤드류 홀, 밀셰어 프로그램 기획자]
"밀셰어 메뉴를 선택할 때 알코올과 관련된 메뉴는 지정하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일부러 시간을 내거나 여윳돈이 생겨야만 하는 기부가 아니라 생활 속 손쉬운 기부 활동이 캐나다인들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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