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자전거족'이 행복한 나라

[세상교과서] '자전거족'이 행복한 나라

2015.12.05.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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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도 자전거 타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기엔 아직도 많이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부와 민간이 뜻을 모아 자전거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시켜왔는데요.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김운경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9시 20분경, 함부르크 시내 한 자전거 도로에 나가봤습니다.

이 길을 지난 자전거가 벌써 1,856대, 9시 40분이 되자 2천 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자전거 정류장'이 마련돼있는데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전거 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30분까지 이용료는 무료, 이후부터는 1분에 8센트, 우리 돈으로 100원이 안 되는 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스 라이스테라, 함부르크 시민]
"하루에 최소 두 번 이용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타고 가고, 저녁에 퇴근할 때 다시 타고 와요. 아주 편리하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항상 자전거가 잘 정비돼있는 점도 장점이죠."

독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른바 '자출족'들을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은행원 헤블러 씨는 10년째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요.

회사 지하에 자전거 주차장과 샤워실, 자전거 수리 용품까지 마련돼있어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지메온 헤블러, 자출족]
"자전거 출근의 장점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라는 점이죠. 자동차는 물론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상당이 오래 걸리거든요."

비슷한 시각, 또 다른 회사에 가봤습니다.

이곳도 직원들의 건강과 근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하고 있었는데요.

자전거 출·퇴근 기업으로 선정되면 인증 마크와 함께 상까지 받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네요.

[슈테판 폴, 바이크 비즈니스 담당자]
"자전거 출·퇴근은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근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저희 회사는 자동차 이용자가 별로 없습니다."

독일인들의 자전거 사랑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1970년 설립된 '독일 전국 자전거 클럽', ADFC는 그동안 자전거 대중화를 위해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요.

현재 전국에 회원 수가 15만 명이 넘습니다.

ADFC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자전거법'을 만들었습니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할 경우 100유로,자전거에 전조등이 없거나 규정에 맞지 않는 자전거를 타다 적발되면 8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자전거 인구가 늘면서 모든 공공기관 웹사이트에는 약도에 자동차와 대중교통뿐 아니라 '자전거로 찾아오는 길'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윤혜성, 헤센주 ADFC 회원]
"혹시라도 자전거를 타다가 누구를 다치게 한다거나 이럴 경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자전거 타다가 법률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됐을 때 변호사 상담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각 지역 ADFC 회원들은 1년에 한 번 밤에 만나 자전거를 함께 타는 행사를 엽니다.

올해도 비가 내렸지만 2천여 대의 자전거가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에 모였는데요.

"오늘만 아니라 늘 자전거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문구를 부착한 자전거 행렬은 3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노베르트 잔덴, 헤센주 ADFC 지부장·바이크 비지니스 개발자]
"안전한 자전거 교통 문화가 정착하려면 정책과 즐거운 자전거 타기, 이 두 가지가 서로 결합해야 합니다. 정책만 있다면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낄 것이고 회원 수도 적겠죠. 고작해야 여가를 즐기는 친목단체로 머물렀을 겁니다."

'자전거족'이 행복한 나라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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