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시간을 팝니다"… 러시아 안티 카페

[세상교과서] "시간을 팝니다"… 러시아 안티 카페

2015.11.21.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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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카페에서 개인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리에 오래 앉아있다 보면 왠지 주인의 눈치가 보이곤 하죠.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차나 음료값이 아니라 이용한 시간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 이른바 안티 카페가 등장해 인기라고 합니다.

최한나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거리.

이곳에는 약속이나 모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르는 카페가 있는데요.

이용방법이 좀 특이합니다.

반드시 회원증을 만들고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반, 안티카페 프리덤 매니저]
"안티카페는 시간을 구입하는 공간입니다. 카페 비용으로 (한 사람당) 1분에 2루블씩이고 최소 90루블(한화 1,610원)을 내야 합니다."

안티 카페에서는 주문한 음료나 음식이 아닌 머문 시간에 대해 값을 지불합니다.

시간에 대해서만 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이용하기에 따라서 더 편리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반, 안티카페 프리덤 매니저] 매니저
"저희 카페에서는 게임방을 포함하여 각각 특색이 있는 7개의 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짜 차, 과자, 커피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전율을 높여 더 많은 차를 팔려고 하는 기존 카페와 달리 공간과 휴식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강홍임, 관광객]
"한국에 있는 카페는 약간 오래 있으면 자리를 빨리 비워줘야 될 것 같고 눈치가 보이는데 여기 러시아 안티카페는 시간당으로 계산하니까 있을 수 있는 만큼 여유롭게 오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각각의 테마를 가진 방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뿐 아니라 마치 본인의 방처럼 편하게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생일 파티나 송별회, 세미나와 같은 모임을 갖기에도 편리합니다.

장소와 음식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인데요.

밖에서 싸온 음식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 도서관이라고 해도 될 법할 정도의 많은 책을 갖추고 있어 책을 마음껏 읽는 일도 가능합니다.

당구나 게임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굳이 장소를 옮겨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나아가 사진촬영 작업 등 개인적인 업무를 할 수도 있는데요.

[크슈샤, 상트국립대학교 대학원생]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공간이 넓어서 공부뿐만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강홍임, 관광객]
"요즘 한국 사람들이 카페에서 스터디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안티 카페가 생긴다면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도 금지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반, 안티카페 프리덤 매니저]
"가끔 술에 취한 고객이 오기도 하지만 저희는 입장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취객의 입장도, 술을 제공하는 것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인데요.

온전히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한 시간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안티카페는 그 이름과 다르게 오히려 가장 카페다운 카페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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