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 모스크바 지하철

[세상교과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 모스크바 지하철

2015.10.03. 오전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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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모스크바를 여행할 때면 꼭 들러야 하는 박물관이 있는데요.

주민과 가장 가까운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지하철역입니다.

아름답고 웅장한 지하예술공간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기자]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아치형 천장과 우아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 대리석 기둥과 벽, 크고 화려한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 조각과 동상까지...

어느 궁전이냐고요.

여기는 모스크바 지하철역입니다.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서 개찰구를 통과하면 긴 에스컬레이터를 만납니다.

이를 타고 내려가니 계단이 보이는데요.

중절모를 쓴 남자가 계단을 내려가고 있네요.

따라 내려가보니 벽을 가득 채운 그림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곳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을 딴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입니다.

계단을 바삐 내려가던 중절모 사나이는 아마도 그의 작품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인 것 같네요.

벽화 역시 ‘죄와 벌'의 장면들인데요.

이처럼 모스크바의 지하철역들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이름과 장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수진, 민족우호대학교 석사 과정]
"지하철이라고 하면은 그냥 교통수단이라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여기는 지하철역마다 각자의 특색이 있게 잘 꾸며놨더라고요. 그래서 지하철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구소련 시절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당시 스탈린은 소련의 미래상과 역사를 지하철역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는데요.

1935년 5월 첫 라인이 개통된 이후 현재 12개 노선의 지하철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닌 채 모스크바 시민의 발이 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불리는 마야콥스카야역은 구소련의 혁명 시인이자 러시아 최고 시인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이름을 딴 것인데요.

이역은 개통된 193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지하철 품평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인 대립도 이 역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네요.

러시아의 지하철은 보통 50미터 가량 내려가야 할 정도로 깊은데요.

가장 깊은 곳은 85미터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이수진, 민족우호대학교 석사 과정]
"모스크바 지하철 같은 경우에는 전쟁이 났을 경우 유사시에 벙커로 쓰기 위해 만든 거여 가지고 되게 깊고요. 그것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되게 깊게 오랫동안 내려가야 해요."

실제로 이차 대전 당시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방공호로 사용돼, 시민들이 한 달 이상 머물기도 했는데요.

당시 지하철역에서 태어난 아기만도 217명이나 된다는군요.

입구마다 청동상이 세워진 이곳은 플로시차드 레볼루치역인데요.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인물들의 동상들로 꾸며져 혁명광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안나, 모스크바 시민]
"저는 플로시차드 레볼루치역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정말 아름다워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에 많은 조각상이 있어요. 거기에 개가 있는 조각상이 있는데 코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거든요.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이처럼 지하철역마다 재미있는 사연까지 담고 있어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은 이곳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한데요.

'모스크바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은 지하철역'이라고 할 정도로, 모스크바 지하철의 역사는 곧 러시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스쨔, 모스크바 시민]
"저는 지상 교통보다는 지하철이 더 마음에 들어요."

[이수진, 민족우호대학교 석사과정]
"정말 이건 지하철이 아니라 미술관 같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화려하고 웅장한 아름다움 뿐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는 모스크바 지하철 순례 여행, 바로 떠나고 싶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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