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가야금과 기타로 '아리랑' 빚은 부부

[청춘, 세계로 가다] 가야금과 기타로 '아리랑' 빚은 부부

2015.08.01. 오전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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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야금과 기타 선율이 만난다면 어떤 울림을 줄까요?

아내는 가야금을 켜고 남편은 기타 연주를 하는 동포 음악인 부부가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동서양 악기의 어울림을 전파하고 있는 듀오 '가야'를 만나봅니다.

가녀린 손끝에서 튕겨 나오는 단아한 가야금 선율.

빠른 박자의 기타 연주와 만나면 독특하고 경쾌한 '아리랑'이 탄생한다.

아내는 가야금, 남편은 기타 연주를 통해 세상에 없던 음악을 빚어내고 있는 '가야'의 공연에 관객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동서양 악기의 만남,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공연에 영국 관객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팀, 런던 시민]
"두 악기가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기타와 한국 전통 악기의 화음이 조화를 잘 이뤘어요."

[정지은, 아내·가야금 연주자]
"가야금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친근하게 우리나라의 음악에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많이 연구를 하고 있거든요."

부부가 영국에서 '가야'(kaya)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지도 올해로 10년째.

가난한 유학생 시절,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길거리 공연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대영 박물관과 런던 시청 등에서 초청 공연을 부탁해왔다.

'가야'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불가리아와 노르웨이, 터키 등 유럽 전역으로 활동 무대가 넓어졌다.

부부는 큰 무대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장이나 문화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방 도시의 초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고 있다.

[전성민, 남편·기타 연주자]
"영국 지방에 있는 분들은 사실 런던에 있는 분들과는 다르게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저희가 찾아가서 동네 조그만 교회나 양로원에서 자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정규 앨범을 낸 뒤로는 '가야'의 공연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몸은 힘들지만 부부는 동서양 악기의 어울림을 더 많은 곳에 전파하기 위해 요즘에도 1년에 100회가 넘는 공연을 열고 있다.

[전성민, 남편·기타 연주자]
"동양과 서양, 한국과 세계, 과거와 현재 이 모든 것들을 브리지(다리) 같은 개념으로 중간에서 다리가 돼서 그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저희의 바람을 담았고요."

공연 일정이 빠듯한 가운데도 아내 정지은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료로 가야금 교육을 하고 있다.

어떤 악기와도 모나지 않게 어우러지는 가야금의 매력을 더 많은 영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사극 드라마를 통해 가야금을 처음 알게 됐다는 한 영국 학생은 정지은 씨를 만나면서 국악 작곡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다미놀라, 런던 대학생]
"정지은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지만 선생님 무서워요. 연습 꼭 해야 해요. 연습 안 하면 혼날 것 같아서…."

[정지은, 아내·가야금 연주자]
"가야금 보급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어요. 영국에 있는 학교마다 가야금과가 설립된다면 그게 제가 남기고 싶은 꿈이기도 하고요."

장르의 벽을 넘어선 젊은 부부의 도전과 실험을 통해 영국은 물론 많은 유럽인들이 가야금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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