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그림 여행'…입양인 화가 최주영 씨

나를 찾는 '그림 여행'…입양인 화가 최주영 씨

2015.02.22. 오전 04: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어릴 적 타국으로 건너간 입양인들은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림을 그리면서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고, 모국인 한국을 배워가는 입양인 출신 화가가 있습니다.

김길수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엄마 아빠의 소맷자락을 쥐고 애타게 절규하는 단발머리 소녀.

부모는 아무 말없이 고개만 떨굽니다.

얼굴 가득 드리워진 그늘.

머릿 속은 온통 우리말과 영어가 뒤엉켜 있습니다.

단발머리 소녀의 삶이 한편의 일기장처럼 녹아 있는 그림입니다.

[인터뷰:나탄 주말, 관람객]
"작가의 어릴 적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는데요.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회를 연 사람은 입양아 출신의 화가 34살 최주영씹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씨는 2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습니다.

여느 입양아가 그렇듯이 최씨도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혹독한 10대를 보냈습니다.

그 때 그림은 그녀의 유일한 쉼터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뿌리찾기도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최주영, 동포 화가]
"그림 속 작은 소녀들은 내면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수줍기도 하고, 긴장할 때도 있고, 행복하기도 하죠. 이 소녀들을 통해 자아를 표현한 것입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알게 된 색동 한복은 작품 속 단골 의상입니다.

8년 전 한국에서 생모를 만날 때 난생 처음 먹어본 한국 음식.

밥상 위에 등장했던 문어는 단발머리 소녀와 함께 작품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가 됐습니다.

[인터뷰:프랑코 페냐, 관람객]
"작가가 정말 독창적인 캐릭터들을 잘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제가 더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회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작품 활동을 넓혀가는 최주영 씨.

자신의 작품이 두 나라 사람과 문화를 잇는 가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최주영, 동포 화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동서양의 세계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기회이자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제 한국 가족과 미국 가족이 한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그림을 통해 비로소 발견한 삶의 행복.

자신을 찾아가는 그녀의 그림 여행은 오늘도 쉼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댈러스에서 YTN 월드 김길수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