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인 안전한가?…잇단 강력사건 이후

필리핀 한인 안전한가?…잇단 강력사건 이후

2014.10.25. 오전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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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들어 필리핀에서 동포들을 노린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 큰 충격을 줬습니다.

치안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잇단 강력 사건을 계기로 동포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현지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이아람 리포터!

지난 3월과 7월 한국인 유학생과 사업가가 현지인 손에 목숨을 잃었는데요.

현지 경찰 통계를 보면 한 달에 한 명 꼴로 한국인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동포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올들어 잇따라 일어난 사건 이후 동포들은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필리핀에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 경비업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동포들이 자주 보는 사이트에 사설 경호업체들이 광고를 싣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편법이지만 중개인을 통해 경찰에게 일정 기간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포 중 일부는 호신용품을 마련해 늘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지난 7월 납치 살인 사건 이후 두 달 이상 지났지만 동포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유지수, 필리핀 유학생]
"저는 학생이고 여자이다 보니까 혼자 택시를 많이 이용을 하는데 그런때 많이 불안감을 느낍니다."

[인터뷰:방종률, 필리핀 동포]
"술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밤에는 웬만하면 집에서 머무르고 특별히 야외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앵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최근 얼마나 늘고 있습니까?

[기자]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6백 20여 건에서 지난해 780건으로 늘었고요.

올해는 상반기에만 500건 가까운 범죄 피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 10명이 살인 사건으로 희생됐는데요.

외국인 대상 살인 피해자의 40%를 차지합니다.

필리핀에서 동포를 노린 범죄 건수 자체도 늘고 있지만 행태도 흉폭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한국인이 왜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걸까요?

[기자]

이 곳에는 한국인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최근 한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은 부유하다는 관념이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필리핀에서 유독 한국인이 자주 범죄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 상반기 필리핀 범죄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17% 늘었는데요.

폭행과 강절도가 80% 이상이고 살인사건이 하루 평균 28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범죄가 늘다보니 외국인 피해도 늘고 있는 셈입니다.

현지 경찰은 인도인와 미국인의 피해가 특히 많고 중국 그리고 일본인 피해도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박용증, 주필리핀 경찰 영사]
"필리핀이라는 나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치안 인프라가 무척 약합니다. 그리고 범인을 검거하는 검거율도 상당히 낮고 실제 범죄율이나 강력사건이 우리나라에 비하면 5배 이상 많은 걸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현지 경찰만 믿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군요.

최근에 동포들이 기금도 모으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필리핀은 경찰들에게 수사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아 경찰들이 범인 검거에 소극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얼마 전 한인회를 중심으로 '필리핀 한인안전대책위원회'가 발족했는데요.

동포가 범죄 피해를 입으면 빨리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경찰에 수사비를 지원하는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동포들의 호응이 예상보다 높아 두 달 만에 160만 페소, 약 4천만 원이 모였습니다.

범죄가 많은 앙헬레스 지역에서는 한인회와 현지 공관이 협력해 자율 방범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장일, 한인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
"범인들도 '한국 사람 건드리면 잡혀간다' 하는 두려움은 있기 때문에 (대책위 활동으로) 실질적으로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 차원이 더 큰 목적입니다."

한인회 뿐 아니라 현지 공관도 움직이고 있는데요.

주필리핀 대사관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세부에 영사 3명을 둔 대사관 분원을 곧 열 계획입니다.

또 최근 양국 외교 당국 협의를 통해 필리핀 경찰청 내 한국인 사건 담당자를 1명에서 4명으로 늘렸습니다.

[앵커]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씩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군요.

이런 노력들이 한국인을 노린 범죄를 줄이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사실 이런 활동에 대해 동포들은 당장 효과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범죄 위험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지난 3월 유학생 납치 살해 사건의 경우도 현지 경찰에 수사비를 지원한 뒤 범인이 예상보다 빨리 검거된 사롄데요.

수사비 지원이 관행으로 정착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식으로 변질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음식물에 약을 타 먹인 뒤 금품을 터는 범죄가 유행인데요.

구조적인 문제는 함께 풀어가더라도 동포 스스로 안전에 경각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필리핀은 동포만 9만 명이 살고, 한해 한국인 120만 명이 다녀가는 친숙한 나라인데요.

'범죄의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아람 리포터,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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