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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향수 금지!…냄새 없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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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4-09-20 10:35
앵커


기분전환을 위해 향수를 즐겨 쓰는 분들 적지 않죠?

그런데 이 향기가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향수나 담배 연기 등 화학 물질을 견디지 못하는 화학 물질 과민증, 이른바 MCS 환자들인데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스위스에 특별한 집이 마련됐다고 합니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죠. 주봉희 리포터!

기자


네, 취리히입니다.

앵커


먼저 '화학 물질 과민증', MCS라는 말이 좀 생소한데요.

어떤 증후군인가요?

기자


'화학 물질 과민증'은 향수와 섬유 유연제, 담배연기 등 화학성분에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합니다.

한국에도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두통과 피부염 등이 나타나는 '새 집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화학 물질 과민증'은 이보다 더 넓은 범주에서 반응이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담배연기, 또 어떤 사람은 전자파에 노출되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할 경우 기절을 하기도 합니다.

스위스에는 '화학 물질 과민증' 환자가 약 만여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존 슈티룸, 스위스 신경의학박사]
"제 환자 중 한 명은 향수 냄새를 맡으면 눈이 뒤로 넘어가고 기절을 합니다. 화학 물질 과민증 환자들은 최대한 인공적인 향과 물질을 피해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화학 물질이 없는 곳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MCS 환자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기자


제가 만나본 58세 크리스티안 쉬페를레 씨는 50년째 화학 물질 과민증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 자재로 쓰이는 실리콘 성분과 향수 냄새, 자동차 배기가스와 담배 연기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데요.

이런 화학 물질을 접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러워 쓰러지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외출을 할 때는 꼭 마스크나 방독면을 써야 하고 화학 성분이 들어간 건축 자재 때문에 집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티안 씨는 결국 화학 물질을 피해 26년 전부터 캠핑장에 임시로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화학 물질 과민증 환자들에게는 마음 편히 쉴 주거 공간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인터뷰:크리스티안 쉬페를레, MCS 환자]
"담배 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노출되면 폐에 통증이 옵니다. 마치 만성 독감과 같아서 몸이 항상 허약한 상태죠. 식당 가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앵커


지난해 취리히 시에 이런 환자들을 위한 다가구 주택이 들어섰다고 들었는데요.

일반 주택과 어떻게 다릅니까?

기자


지난해 10월 취리히 시 라임 바흐에 MCS 환자들을 위한 첫 다가구 주택이 5년간의 공사 끝에 들어섰습니다.

이곳에는 쉬페를레 씨를 포함해 모두 열네 가구가 살고 있는데요.

설계부터 일반 주택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먼저 현관에 세탁실과 샤워실이 있어 외출 후 돌아오면 바로 몸을 씻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또 전자파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는 휴대용 전자기기 전원을 꺼야 하고, 샴푸나 세제도 천연 제품만 사용해야 합니다.

방문자 역시 담배를 피우거나 향수나 화학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바르고 들어갈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건설회사는 건축 재료를 선정하는 데만 8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천연 접착제 같은 건축 재료를 붙인 유리를 환자들 몸에 지니게 한 뒤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거죠.

[인터뷰:안드레아스 침머만, MCS 건축 공모전 당선자]
"재료 선정 과정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도 건설 업자들은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했죠. 담배를 피울 수 없었고, 미세 먼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장비 사용도 금지됐어요. 지점을 표시할 때도 스프레이가 아닌 옛날 방식으로 연필을 사용했습니다."

앵커


화학 물질을 피해 격리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네요.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증상이 좀 나아졌습니까?

기자


입주자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 화학 물질을 피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입니다.

크리스티안 씨처럼 화학 물질을 피해 텐트 생활을 하거나 캠핑카에서 지내온 사람들은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해하고 있었습니다.

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화학 물질이라도 이웃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등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크리스티안 쉬페를레, MCS 환자]
"MCS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았고, 우리는 모두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웃과 많은 것을 공유하며 지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앵커


소수를 위한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기까지 취리히 시 당국에서는 어떤 지원을 했나요?

기자


이 주택을 짓는데 들어간 금액은 500만 프랑, 우리 돈으로 60억 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80%를 취리히 시 당국이 부담했고 나머지는 주택조합과 기업, 개인 후원을 받아 해결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 월세도 평균 시세보다 30만 원 정도 저렴한 편입니다.

취리히 시는 MCS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집을 짓기 위해 공모전을 통해 건축가와 의학박사, 화학자 등을 선발했습니다.

이렇게 뽑힌 전문가들과 함께 주택이 들어설 지역 선정부터 건축 재료에 대한 환자들의 증상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에 시 관계자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취리히 시는 입주자들의 생활 실태를 파악한 뒤 앞으로 MCS 주택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미카엘 폴, 취리히 시 공사 담당 직원]
"MCS 주택 건축은 '모두를 위한 집'이라는 시의 정책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건축에 쓰인 모든 재료를 인터넷에 공개해놨어요. 원한다면 누구나 참고할 수 있습니다."

앵커


화학 물질과 떨어져 살 수 없는 현대 사회에 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있을 지 모릅니다.

소수의 국민이지만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는 스위스의 사례는 바람직한 공동체의 또다른 모습 아닐까요?

주봉희 리포터!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취리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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