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허용하자'…뉴욕타임스의 도전

'대마초 허용하자'…뉴욕타임스의 도전

2014.09.06. 오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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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미국이 대마초 사용을 허용할 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이 미국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인데요.

사설을 통해 대마초 합법화에 지지 입장을 밝히고 관련 기사를 잇따라 실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이 논쟁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김창종 리포터와 함께 얘기 나눠보죠. 김창종 리포터!

대마초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인데요.

뉴욕타임스는 왜 합법화를 주장하게 된 건가요?

[기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26일자에 '다시, 금주령을 폐지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논설위원회 명의로 실었습니다.

대마초를 금지 약물로 규정한 연방법을 192~30년대 많은 부작용을 낳은 '금주법'에 비유한 것인데요.

대마초를 합법화하되, 21살 미만에게는 판매를 금지하는 등 주 정부 차원에서 규제해 해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신문은 술,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근거가 충분함에도 미국 사회가 대마초 규제에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유력 언론이 대마초 합법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사설 뿐 아니라 대마초 규제의 역사와 인종차별적 법 적용 등 다양한 측면을 다룬 기획기사들을 함께 실었습니다.

[인터뷰:데이비드 파이어스톤, 뉴욕타임스 논설위원회 프로젝트 에디터]
"기사를 결정하기까지 수 개월에 걸쳐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 다른 곳에는 없는 뉴욕타임스의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기사를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이번 기획 기사는 우리에게 좋은 출발이 됐습니다."

[앵커]

대마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사에 반향이 컸을 것 같은데요.

각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례적인 기획 기사가 나간 뒤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일주일간 만 5천여 건이 넘는 독자 의견이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또 각 신문, 방송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리처드 기스, 뉴욕 시민]
"대마초를 합법화하지 않아 너무 많은 범죄가 일어납니다. 합법화하고 다른 약품처럼 세금을 물리면 되는거죠."

[인터뷰:최용석, 동포]
"아무래도 나태해지고 개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뉴욕타임스 신문 지면에서는 대마초 찬반 광고가 잇따라 실렸습니다.

대마초 정보 사이트가 만든 이 광고는 치료용 대마초 이용자들을 등장시켜 알고 쓰면 괜찮다는 것을 강조했고요.

대마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히피와 신사를 조합해 합법화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해당 기사에 대한 성명을 통해 대마초 중독이 미치는 악영향을 과소평가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에서는 40여 년 전에 대마초를 금지 약물로 규정하고 강력히 단속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대마초 사용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그동안 어떻게 달라져 왔나요?

[기자]

대마초는 지난 1970년 연방법을 통해 헤로인, LSD와 함께 금지 약물로 지정됐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인 80% 이상이 대마초 규제에 찬성했는데요.

40여 년이 흐르면서 여론도 달라졌고 대마초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

연방법은 대마초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상당히 다릅니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35개 주에서 의료 목적의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요.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는 올해 대마초를 담배와 같은 기호품으로 인정하는 법까지 통과시켰습니다.

[앵커]

한마디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네요.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제를 설정하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인데요.

미국 언론계에서는 이번 보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은 전통적으로 사실과 정보를 알리는 뉴스와 주의,주장을 담은 논설의 역할을 구분해 왔는데요.

사회 여론을 이끌어가는 논설 기능에 상당한 권위를 부여합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미국 언론 시장 역시 진보와 보수로 양극화 돼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도 뉴욕타임스의 이번 기사는 언론의 역할을 환기시킨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터뷰:티모시 하퍼, 뉴욕시립대 언론대학원 교수]
"언론과 사회의 긴장 관계는 민주주의의 열쇠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자유롭고 열린 민주주의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공개적인 논쟁을 활성화 시키는 것입니다."

'대마초', 넓게는 마약이라는 사회적 금기에 대해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은 미국의 언론 자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래리 킬먼, 세계신문발행인협회 사무총장]
"많은 나라에서 신문 기사에 특정 관점을 드러내고, 객관적이지 않으며 누군가 뒤에서 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비정상적입니다. 미국 언론은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앵커]

뉴욕타임스가 기사로 시작된 이번 대마초 합법화 논쟁,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지난 6월 뉴욕 주에서 중증 간질을 앓아온 9살 여자 어린이가 합병증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치료용 대마초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지만 당시 뉴욕 주에서는 불법이어서 논란이 컸습니다.

이 사건 이후 뉴욕타임스 기사가 이어지면서 대마초를 허용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허용할 지 논쟁이 뜨거운데요.

찬반 진영 모두 낡은 법령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데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오레곤과 알래스카 2개 주는 올해 안에 대마초를 기호품으로 인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스가 불러일으킨 대마초 찬반 논쟁이 그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세계 어느 곳이든 그 사회가 끌어안은 '뜨거운 감자'가 있기 마련일 겁니다.

찬성이냐 반대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각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모아내는 것.

성숙한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그 과정이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 아닐까요?

김창종 리포터,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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