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이 와도 걱정 없는 나라

대형 재난이 와도 걱정 없는 나라

2014.08.30.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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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사고 발생 이후 드러난 숱한 문제점은 한국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바다보다 낮은 땅 네덜란드는 오래 전부터 체계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장혜경 리포터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초기 대응을 하느냐가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네덜란드의 경우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네덜란드는 행정 구역이 12개 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재난 시에 대비한 안전 관리 상의 행정 구역은 25개 입니다.

한 주에 2개씩 재난관리본부를 두고 있는 셈인데요.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지역 재난관리본부가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합니다.

본부가 사고 규모에 따라 경찰과 소방대 등 지원을 요청하면 중앙 정부는 부처간 조율을 거쳐 시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맡는 지역 재난관리본부의 역할과 권한이 대단히 크다는 것입니다.

구조 지휘 뿐 아니라 2차 피해를 막는 조치까지 현장에서 판단해 신속히 대응하게 돼 있습니다.

[인터뷰:네덜란드 재난관리 본부 관계자]
"우리는 24시간 재난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난의 규모에 따라 재난관리 본부는 어떤 조직이 구조 작업에 참여할 지 결정해 함께 재난을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앵커]

현장의 판단을 중시해야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잘못된 정보가 혼란을 키우는 경우도 있는데요.

네덜란드 정부는 현장 상황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하나요?

[기자]

네덜란드 정부는 국민들에게 재난 정보를 알릴 때 4가지 기본 수칙을 바탕으로 합니다.

먼저, 초기 대응 상황을 과장하지 말 것, 그리고 국민들이 무엇을 궁금해 할 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 말고, 사고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네덜란드 국민들이 갖는 정부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역사적으로 숱한 재난을 거치는 동안 정부가 이런 원칙을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10년 '긴급 경보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개인 휴대전화와 집 전화에 프로그램을 깔면 재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리연 크라머, 긴급 경보 시스템 개발자]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즉각적인 알림은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적으로 재난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막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앵커]

재난은 늘 예고없이 찾아오는 만큼 평소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한국은 한해 6차례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네덜란드에서는 매달 첫째 월요일 12시에 전국에서 사이렌이 울립니다.

재난이 발생할 때 듣게 될 경보를 한 달에 한 번씩 울려서 전 국민이 숙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각 지역 재난관리본부는 지역 특수성에 맞는 재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주민 훈련을 실시합니다.

예를 들면 공항 주변 지역은 항공기 이착륙 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식입니다.

또 네덜란드는 옛부터 홍수와 해일 피해가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학교에 입학하면 수영을 의무적으로 가르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쿠르, 암스테르담 시민]
"이 지역 사람들은 재난 관리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요. 시정부는 체계적으로 도시 안전과 재난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인터뷰:얀, 암스테르담 시민]
"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물과 관련된 재난 관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재난 발생에 대비해 훈련도 자주 하고 있죠."

[앵커]

큰 사고를 겪을 때마다 재난 관리 시스템이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데요.

네덜란드가 재난 대비에 정부 차원의 역량을 쏟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기자]

지난 1953년 2월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해일로 천 8백여 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이재민 75만 명이 발생하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는데요.

이 사건이 체계적인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알린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또 14년 전 일어난 화약 기구 공장 화재도 역사적으로 피해가 컸던 재난으로 꼽히는데요.

천 여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주택 200여 채가 부서졌습니다.

이 사고 이후 네덜란드 국회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여 관계자를 처벌하도록 했고 위험물 취급 관련법도 대폭 강화했습니다.

[앵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후 조치까지 확실히 했군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의지와 실천의 문제인데 그런 면에서 네덜란드는 좀 남다른 데가 있네요?

[기자]

국토 4분의 1이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항상 재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부가 열악한 환경 속에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바로 '델타 프로젝트'입니다.

바다에 인접한 남서부 삼각주 지대에 대규모 댐과 방조제를 건설하는 공사인데요.

제방이 범람하면 그 밖에 만든 여유 공간으로 물이 흘러들게 해 피해가 없도록 한 것입니다.

1950년대부터 40년 간 우리 돈으로 15조 원 넘게 들여 대역사를 쓴 것인데요.

이 공사는 재난의 위협을 극복한 역사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르턴 아우보우터르, 델타 프로젝트 관계자]
"네덜란드는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물과 관련된 재난 위험성이 많았어요. 하지만 자연적인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안전을 유지하고 있죠. 만약 댐이 무너지는 상황이 와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앵커]

대형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 사회는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다시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국가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장혜경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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