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귀환…추억을 듣는 사람들

LP의 귀환…추억을 듣는 사람들

2014.06.21. 오전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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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CD와 디지털 음원의 등장으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LP.

음악 애호가들은 세월 속에 생긴 잡음까지도 정겹게 들린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음반 시장이 침체돼 있는 가운데 LP는 깊이있는 소리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세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로 가보시죠. 장혜경 리포터!

요즘 네덜란드에서 LP 음반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요?

어떤 음반이 잘 팔리고 있나요?

[기자]

요즘 네덜란드 음악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음반의 주인공은 '비틀즈'입니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꼽히는 비틀즈의 결성 50주년 기념 음반인데요.

이색적이게도 이 기념 음반은 LP로 제작돼 시중에 나왔습니다.

지난 1월 발매 이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음반을 사는 세대도 다양합니다.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 뿐 아니라 2~30대 젊은이들까지 LP 코너에 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리연, 네덜란드 LP 구매자]
"과거 LP로 음악을 듣던 시절 LP가 다 돌아가면 처음부터 돌려 듣던 향수 때문에 다시 LP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비틀즈의 명성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옛날식 LP 음반이 그렇게 인기가 있다니 놀랍네요.

네덜란드에는 세계 각지의 LP 마니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박람회도 매년 열린다면서요?

[기자]

올해 41회 째를 맞는 네덜란드 '레코드 박람회'가 얼마 전 열렸습니다.

제가 현장을 찾아가 봤는데요.

세계 50개국에서 온 음악 애호가들이 자신의 LP 음반을 가져와 사고 파는 열린 장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롤링스톤 같은 전설적인 밴드부터 레이디 가가 등 최근 가수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음반들이 나와있더군요.

싸게는 2유로, 약 3천 원 정도부터 희귀 음반의 경우 3천 유로, 우리 돈으로 4백만 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피터, 네덜란드 레코드 박람회 참가자]
"이런 LP는 보통 음반 가게에서는 구하기 힘들어요. 오늘 다양한 가격대의 LP를 봤는데 저는 2천 유로 짜리를 구매했죠."

지난 1992년 음악을 좋아하는 한 청년이 시작한 박람회는 매년 두 차례씩 열리고 있는데요.

이틀 간의 짧은 일정에도 매번 10만 명 넘게 다녀가는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인터뷰:카스 보스란드, 네덜란드 레코드 박람회 주최자]
"사람들이 유명 소설가의 첫 번째 인쇄본을 모으는 것처럼 LP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음악 또는 가수가 제일 먼저 낸 LP를 구하는 게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한국에서도 LP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요.

네덜란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덜란드의 오프라인 음반 매출은 지난 2012년 9천4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천 3백억 원 정도였습니다.

이 규모가 지난해에는 7천 6백만 유로, 그러니까 천 억원을 좀 넘는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는데요.

LP 판매량은 6백만 유로에서 7백만 유로로 10% 이상 늘었습니다.

음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 정도지만 이런 성장세라면 LP 판매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십여 년간 침체를 겪어온 네덜란드 음악 시장에 LP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클릭 한 번이면 듣고 싶은 음악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LP는 장비도 잘 갖춰야 하고 불편한 점이 적지 않은데 왜 다시 주목을 받는 걸까요?

[기자]

얼마 전 한 LP 마니아의 집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트럭 운전사인 한스 스키펄스 씨는10여 년 전부터 LP 음반을 수집하고 있었는데요.

좋아하는 밴드의 음반을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지금은 수백 장에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한스 스키펄스 씨는 LP가 아날로그 시절의 향수와 여유를 갖게 해준다고 그 매력을 말했습니다.

디지털 음원과 달리 손으로 만지고 감상할 수 있는 앨범 재킷도 LP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터뷰:한스 스키펄스, 네덜란드 LP 마니아]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아직 250장 가량인데 더 많이 모아아죠. 지금은 한달에 약 80유로 정도를 LP를 사는 데 쓰고 있어요."

[앵커]

LP가 잠시동안의 '복고 열풍'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앞으로 LP 음반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요?

[기자]

얼마 전 한국에서는 가수 지드래곤과 장기하 씨가 신보를 LP로 찍어내 화제가 됐는데요.

기존의 검정 LP판이 아니라 자신의 사진을 넣은 '컬러 LP'를 만들어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또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음반 박람회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LP 판매 부스가 늘고 있습니다.

LP가 옛날 가수들의 전유물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써 젊은 세대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인데요.

K-POP 시장의 새로운 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파울 반 더 제이, LP 음반 제작 관계자]
"2~3년 안에 CD보다 LP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앞으로 앨범 재킷의 아름다움과 향수를 지닌 LP 음반 시장과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등으로 음악을 듣는 온라인 음반 시장은 구분이 될 것입니다."

[앵커]

디지털 음원 시대를 만든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집에서는 턴테이블로 LP를 들었다고 하죠.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가 만들어내는 삶의 여백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아닐까요?

장혜경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암스테르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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