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보물찾기…이색 기부운동

도심 속 보물찾기…이색 기부운동

2014.06.14. 오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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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이웃을 위한 '기부'를 얼마나 해 보셨습니까?

부의 집중이 가속화 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데요.

기부가 사회 문화로 정착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까지 등장해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가 보겠습니다. 정용주 리포터!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보물찾기'가 유행이라는데요.

도심 곳곳에 누가 돈을 숨겨놨다면서요?

[기자]

'숨겨진 현금', 즉 '히든 캐시'라는 익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이 '보물찾기'를 기획했습니다.

이 인물은 지하철역이나 공원 벤치 등 각지에 돈을 숨겨두고 트위터로 힌트를 남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현금을 찾아내는데 20달러부터 100달러 지폐까지 다양했습니다.

[인터뷰:해리, 히든캐시 찾으러 나선 시민]
(뭐하고 있나요?)
"돈을 찾고 있어요."
(돈을 좀 찾았나요?)
"아니오."

이벤트의 주인공은 부동산 사업으로 부자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요.

큰 돈을 벌게 해 준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독특한 선행이라는 의견과 단순한 돈 자랑이라는 비난이 교차하지만 시민들은 이색 이벤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가없이 사회에 돈을 내 놓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부로 볼 수 있지만 방식은 참 독특하네요.

보물찾기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기부와 관련된 이벤트가 상당히 많다면서요?

[기자]

미국 켄터키 주에 사는 리처드 허진스 씨는 지난해 말 앞으로 1년간 맨발로 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신발없이 사는 세계 빈곤층 어린이를 돕는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인데요.

첫날 5달러로 시작해 한 달 뒤 신발 50여 켤레를 살 수 있을 만큼 기부금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 뿐 아니라 뛴 거리만큼 기부금을 모으는 달리기 대회, 자선 바자회 등 크고 작은 기부 이벤트가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기부가 거창한 계획이나 큰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실천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문 윤, 샌프란시스코 시민]

"자폐아의 부모와 일반인들이 함께 3km 정도 걷는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의 숫자만큼 회사에서 돈을 기부하는 이벤트에 참가해봤습니다."

[앵커]

이런 분위기라면 사람들이 기부를 상당히 친숙하게 받아들일 것 같네요.

미국에서는 사회 지도층이나 유명인이 거액을 내놓은 경우도 적지 않죠?

[기자]

페이스북 창업자로 잘 알려진 마크 주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은 지난해 미국의 '기부왕'이 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어치에 해당하는 회사 주식 천 8백만 주를 내놨는데요.

미국에서는 경제계 거물들의 기부 활동이 두드러집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30조 원에 이르는 재산을 기부했고요.

자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워렌 버핏은 세계 부호들의 기부 클럽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50명의 기부 총액은 우리 돈으로 8조 원에 이르는데요.

활발한 기부를 통해 '가진 자'로서의 사회적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앵커]

말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요.

미국에서 이렇게 기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기자]

기부 문화는 미국 건국 역사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황무지를 개척해 삶의 터전을 일군 미국의 선조들은 개인보다 공동체의 힘을 통해 사회 격변기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건국을 주도한 청교도인들 역시 공공을 위한 선행을 교리 중 하나로 강조했죠.

이 때문에 부를 얻으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공동체와 함께 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미국식 사고방식은 지금의 기부 문화가 정착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체 기부액의 70% 이상을 개인이 낼 만큼 기부가 일상화 돼 있는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부' 하면 연말연시에 거리에서 마주치는 빨간 모금함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사실 한국에서는 기부를 특별한 때에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영국의 자선재단 CAF는 기부 활동을 중심으로 '세계 기부 지수' 순위를 만들었는데요.

한국은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세계 153개국 가운데 4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해 전보다 12계단 뛰어오른 것입니다.

재작년(2012년) 국세청에 신고된 개인과 법인의 기부총액은 금액도 1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06년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부, 재능 기부 등 다양한 방식들도 등장했는데요.

금액도 늘고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에 인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뷰:민준호, 유니세프 팀장]
"(선진국의 경우) 가게의 어려움 등이 있어도 기부를 마치 최소한의 생활비 안에 포함시키는 것처럼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한국의) 기부금을 관리하는 단체들이 보다 투명하고 정직하게 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남에게 베푼 것은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말도 있죠?

그것은 어떤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남을 위해 가치있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기쁨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정용주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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