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나누는 삶

장애 딛고 나누는 삶

2014.05.03. 오전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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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호주 동포가 현지 장애인 400만 명을 대표하는 홍보대사에 위촉됐습니다.

시드니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박영주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끊임없는 노력 끝에 청각 장애를 이겨내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된 박 씨를 나혜인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국악 선율과 하나된 우아한 춤사위.

물 흐르듯 매끄러운 공연이지만 무대에 선 동포 박영주 씨에게는 음악이 들리지 않습니다.

청각 장애를 안고 있는 박 씨는 보청기 너머 들리는 작은 소리에 의지해 자선 공연을 이어갑니다.

[인터뷰:린지 미첼, 관객]
"청각 장애인라는 게 전혀 믿기지 않아요. 춤을 정말 잘 추네요."

태어난 지 다섯달 만에 앓은 열병은 청력을 앗아갔습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박 씨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입모양을 수백 번씩 반복해 보며 하나씩 단어를 배우고 말을 익혔습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말하게 되자 박 씨는 가족과 함께 더 큰 기회를 찾아 호주로 왔습니다.

[인터뷰:박영주, 동포 청각 장애인]
"입 모양을 보기가 어려워요. 호주 사람들은 콧수염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이 콧수염을 깎고 왔대요. 저를 위해서요. 그래서 영어를 열심히 배웠어요."

쉼없는 노력으로 영어를 익힌 박 씨는 대학을 마치고 시드니 정부 공무원이 됐습니다.

[인터뷰:박광자, 박영주 씨 어머니]
"남은 생애를 좀 풍요롭게 살지 않을까 해서 온 건데 그 이상의 것, 내가 바라는 이상의 것을 영주가 누릴 때 참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죠."

박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등 4개 나라 수화에 도전해 지난 2천년 시드니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에서 장애인들을 도왔습니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봉사 결과 박 씨는 4백만 장애인을 대표하는 홍보대사에 위촉됐고, 장애인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도 맡게 됐습니다.

[인터뷰:크리스틴 맥브라이드, 시드니 시의회 사회정책 담당관]
"박영주 씨가 대단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일상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는 거예요. 가게에서 뭔가를 주문할 때 불편했던 경험 등을 말해주면 저희가 애로 사항을 어떻게 개선할 지 논의하게 되거든요."

남편과 아들, 딸 모두 같은 장애인이지만 박 씨는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영주, 동포 청각 장애인]
"듣지 못해도 감사해요. 내가 눈으로 공부하고 눈으로 일하고 눈으로 봉사하고 노래할 수 있으니까 정말 감사하죠."

시드니에서 YTN 월드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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