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이대로 괜찮은가?

호주 워킹 홀리데이, 이대로 괜찮은가?

2014.04.12. 오전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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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돈도 벌면서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호주는 한 해 3만여 명이 찾아갈 정도로 특히 인기가 높은 지역인데요.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현지에 가 임금 착취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멜버른 윤영철 리포터와 함께 현지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윤영철 리포터!

[기자]

호주 멜버른입니다.

[앵커]

'워킹 홀리데이' 신청들이 특히 호주를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 1995년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한국이 가장 먼저 협정을 맺은 나라가 호줍니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한 해 참가자 4만 8천여 명 가운데 70%가 호주로 몰렸는데요.

이렇게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나라와 달리 호주의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에는 인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법정 최저 임금이 시간당 16달러로 높다는 점도 인기 요인입니다.

지난 1월 호주 이민부는 각국의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로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머물고 있는 청년을 만나셨다고요?

[기자]

호주 멜버른에서 살고 있는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이교진 씨를 만나봤습니다.

한국에서 택배업체 관리직에 근무하던 이 씨는 이 곳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넉 달째 영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교진, 현지 전자매장 근무]
"언어적인 부분에서 시작하기 전에 겁을 먹었던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행도 하고 싶었고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은 여행 자금들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행 뿐 아니라 워킹 홀리데이에 참가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어학을 잘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75%로 가장 많았고 여행, 또 세계인과 친구 되기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참가자들은 체류 시간 대부분을 취업 활동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취업이 되면 주 35~40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어학 학원에 다니거나 여행을 하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앵커]

다들 많은 꿈을 안고 갔을텐데 계획과 실생활이 차이가 크네요.

현지 참가자들은 어떤 점이 특히 어렵다고 말하나요?

[기자]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 소통 문제였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 대다수는 말을 배우기 위해 현지 업체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실제 취업한 직종을 살펴보니 80% 가까이가 요식업에 몰려있습니다.

현지인과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어 어학 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또 임금과 노동 착취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법정 최저 시급도 안되는 돈을 주거나,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을 시키면서 연차 휴가나 병가 등을 보장해주지 않는 업체도 있습니다.

[인터뷰:이아연, 브리즈번 6개월 체류·대학생]
"시급이 다른 곳은 15불~20불 정도 하는데 저는 시급을 한 10불 정도 받았고요. (주급을 현금으로 주니까) 고용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사장님이 얘기하신 게 너는 안 써도 된다고… 이게 맞는 건지 부당한 건지도 잘 모르고…"

[앵커]

대부분 혼자 이국 땅에 간 젊은이들일텐데 이런 억울한 문제가 생기면 참 막막하겠네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기자]

먼저 충분한 준비없이 일단 떠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현지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날 경우에는 일자리를 얻기도 어렵고 일상 속의 작은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또 준비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말을 지나치게 믿지 말고 다양한 경로로 확인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생활비는 다소 여유있게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고 경험자들은 말하는데요.

생활비가 떨어지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불법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탁귀영,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팀장]
"최소 3개월 정도의 생활비를 넉넉하게 가져가야 하고 사전에 한국에서 현지 언어를 연습하면서 외국인 등록 방법, 일자리 찾는 법 등 초기 정착 정보를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앵커]

최근 한인회와 현지 공관에서 호주 현지의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던데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말 주호주 한국대사관은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를 위한 '헬로 워홀'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현지 생활 정보와 법률 정보 등이 실려 있습니다.

또 매 달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와의 만남의 날을 정해 호주 각 공관과 참가자, 현지 동포들이 서로 교류하는 만남의 장을 마련했고요.

올해 초부터는 한인회와 함께 참가자를 위한 무료 영어 교실도 열고 있습니다.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 참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프로그램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인터뷰:정성섭, 주호주 멜버른 분관 총영사]
"한인회와 공관이 협력한 사업이 세 개가 있는데요. (앞으로) 워홀러를 위한 취업자리,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구인 업소와 직접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그런 사업도 구상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게 되지만 피해와 상처를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현지 생활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 여러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윤영철 리포터,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멜버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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