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한류' 팬

백발의 '한류' 팬

2014.04.06. 오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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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곳곳에서 한류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한국 전통 문화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독일에 사는 안네 할머니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나 장구를 메고 등장한다는데요.

칠순을 바라보는 한류팬, 김운경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독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학교의 장구 교실.

젊은이들 사이로 능숙하게 장구를 치는 백발 여성이 눈에 띕니다.

10년간 한국어를 공부해 온 67살 안네 씨.

지난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장구의 멋에 흠뻑 빠졌습니다.

[인터뷰:안네 로젠가르트, 한류팬]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인터뷰:송순이, 장구 강사]
"저렇게 열정적으로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다 좋아하셔요.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안네 씨는 20년 전 유람선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을 통해 미지의 나라 한국을 처음 접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궁금해지는 한국.

주소를 교환한 두 사람은 그 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나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키워갔습니다.

안네 씨는 지난 2001년 펜팔 친구의 고향인 경북 상주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국을 찾아 전국을 돌았습니다.

[인터뷰:안네 로젠가르트, 한류팬]
"부산, 제주, 진도, 매물도... 아름다운 산도 좋고, 한국 음식도 좋아요."

지난 삼일절에 열린 '우리말 겨루기 대회'에서 안네 씨는 외국인 부문 1등을 차지했습니다.

뒤셀도르프 뿐 아니라 인근 보훔의 한글학교까지 찾아가 수업을 들을만큼 한국어 공부에 열중한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장구를 둘러메고 축제 현장에서 신명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송정옥, 뒤셀도르프 동포]
"정말 열심이고, 용기를 줘요. 저도 저 분이 여기서 장구를 배우신다고 해서 '나도 한국 풍습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나도 배운다'해서 나왔는데..."

안네 씨는 안구 질환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가슴 속에 남은 한국과의 추억은 삶에 기쁨과 위안이 돼 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안네 로젠가르트, 한류팬]
"한국에 있으면 늘 기분이 좋아져요. 한국은 저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죠. 한국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어요."

뒤셀도르프에서 YTN 월드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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