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잘 팔리는 이유?

'중고'가 잘 팔리는 이유?

2014.03.08. 오전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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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으로 중고품을 샀다가 사진과 달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죠?

계속되는 불황에 한 푼 이라도 아껴보려던 소비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중고품 사랑이 남다른 네덜란드 사람들은 투명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켜 합리적인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장혜경 리포터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한국에서는 중고보다 새 물건을 사는 게 일반적인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좀 다른 것 같네요.

중고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가요?

[기자]

네덜란드 중고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다양한 중고품을 파는 가게뿐 아니라 중고품 인터넷 사이트가 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네덜란드 인구의 30%는 1년에 한 번 이상 중고품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00유로 미만의 물건은 새 제품보다 중고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명품이나 자동차 같은 품목은 한국에서도 중고품 거래가 활성화 돼 있는 편인데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중고 거래에서 주로 어떤 물건을 찾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렸듯이 100유로, 우리 돈으로 14만 원 안팎인 물건들의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중고 거래가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에 편중된 한국과는 차이가 있죠.

네덜란드 사람들은 주로 옷과 가구, 책을 살 때는 새 제품보다 중고품을 더 선호하는데요.

지난 2010년 이후 네덜란드 전역에 새로 문을 연 중고 옷가게만 해도 5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여성 속옷과 팬티, 양말, 수영복까지 중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디니크, 중고품 소비자]
"블라우스를 아무리 싸게 사더라도 10유로가 넘지만 이 곳엔 좋은 제품이 3유로 50센트죠. 완전 싸죠. 물건도 아주 깨끗해요. 이 가게에 대한 신뢰가 커서 중고품을 많이 구입하게 됐어요."

[앵커]

최근 몇년 새 네덜란드에서 온라인 중고시장 창업이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거래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아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면도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기자]

네덜란드에서 인터넷 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하는 일은 드뭅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소비자가 사기를 당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경찰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판 '이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르트 플랏츠'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온라인 중고 마켓인데요.

자동차부터 가구, 액세서리 등 수만 가지가 넘는 중고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소와 우편번호 등을 입력하면 판매자 집과의 거리까지 계산해줘 직거래를 하기에 편리하고요.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해 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앵커]

남이 쓰던 물건이기 때문에 중고품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네덜란드 사람들이 중고품 이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덜란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끼고 나누는 소비문화를 정착시켜왔습니다.

지난 1948년부터 80년대까지 네덜란드 여왕을 지낸 율리아나는 '여왕의 날'에 필요 없는 물건을 거리에서 사고파는 행사를 열었는데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4월 30일 '여왕의 날 이면 전국 곳곳이 벼룩시장으로 변해 다양한 중고품 거래가 이뤄집니다.

[인터뷰:알버트, 중고품 재단 관리팀장]
"네덜란드 사람들은 절약이 습관화되어 있어요. 또 오래된 물건도 잘 보관하고, 고쳐 쓰고, 색을 칠해서 다시 쓰는 생활이 몸에 배어있죠."

중고품에 대해 남이 쓰던 물건이라는 거부감을 갖기보다 오히려 고풍스런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는 사람도 많은데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게 중고품을 사서 쓰는 게 더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인터뷰:즈바느, 중고품 소비자]
"요즘에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죠. 서로 나누고 다시 쓰는 것이 더 좋은 일인데 말이죠."

[앵커]

중고품 거래도 잘 되지만 필요없는 물건을 서로 바꿔쓰는 운동도 요즘 활발하다면서요?

이런 문화가 생겨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단순히 아껴서 잘 살기 위한 것을 넘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무조건 많이 만들어내는 과잉생산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불러오는 주범이 되기 때문에 아끼고, 함께 쓰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네덜란드 거리에서는 요즘 '아끼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을 쉽게 볼 수 있고요.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물건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텐트 등 회원끼리 필요한 물건을 빌려 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도 지킨다는 것이죠.

이런 '착한 캠페인'은 빠른 속도로 퍼져 물건 공유 커뮤니티는 문을 연 지 1년 만에 3만 5천 명의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인터뷰:다안 베드포올, '피얼바이' 운영자]
"래첼 보츠만의 '왓츠 마인 이즈 유어'라는 공동 소비에 관한 책을 읽고 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더 지혜롭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늘 필요하죠."

[앵커]

중고품을 '남이 쓰던 물건'이 아니라 '함께 쓰는 물건', '이어 쓰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알뜰한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혜경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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