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등록금 '0원'…배경은?

독일 대학 등록금 '0원'…배경은?

2014.02.01. 오전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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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대학들이 등록금을 일절 받지 않는 시대로 다시 돌아가게 됐습니다.

개인의 경제력에 상관 없이 교육의 기회만큼은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취지가 되살아난 결과입니다.

'반값 등록금' 실현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인 우리의 현실과 대비되고 있는데요.

독일의 교육 복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대학등록금 완전 폐지, 우리로서는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올해부터 독일 전역에서 부활된다고요?

[기자]

오는 9월 새 학기부터는 독일 전국의 대학이 등록금을 받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독일 16개 주 가운데 니더작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함부르크 등 5개 주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등록금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학기당 최대 5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73만 원 정도를 학생들에게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사회 각층의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말 니더작센주 의회의 대학등록금 폐지안 가결을 끝으로 무료 등록금 시대를 다시 열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나마 그동안 받았던 등록금도 한학기에 73만원 정도라면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에 5분의 1도 되지 않은 금액인데, 이마저도 내지 않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한국의 대학교육은 거의 모든 비용을 학생 개인이 부담하는 구조라 볼 수 있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와 학교의 지원책이 촘촘히 배치돼 있는데요.

교육이 개인의 경제력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배경에 깔려있습니다.

[인터뷰:다비드 라더만, 본 대학 재학생]
"독일 대학이 등록금을 폐지한 것은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을 더욱 발전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시모나 뤼벤, 본 대학 재학생]
"돈이 얼마이든 관계없이 누구나 대학에 다닐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독일 어느 곳에서도 등록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 방침은 무상 교육뿐 아니라 학자금 대출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요.

독일 대학생이라면 '바푀크'로 불리는 무이자 대출 제도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약 450유로, 우리 돈으로 약 68만 원 정도를 학업 기간 내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취업 이후에 갚아야 할 대출금이긴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50%만 이자 없이 원금만 갚으면 돼 대다수 학생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학비만 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생활비나 교통비도 필요하고, 교재비 등도 만만치 않을텐데요, 독일 학생들은 어떻게 충당하나요?

[기자]

독일의 복지 제도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녀수당'제도입니다.

여느 나라들과는 달리 어릴 때 한시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자녀가 25세가 될 때까지 적용되는데요.

첫째, 둘째 아이는 184유로(약 27만 원), 셋째 아이는 190유로(약28만 원), 넷째 아이는 215유로(약32만 원)을 매월 받습니다.

따라서 대학생들도 부모에게 지급된 자녀수당금을 받아 생활을 하고 모자라는 금액이 있다면 무이자 학자금 대출, 바푀크를 이용하는 겁니다.

교통비의 경우, 독일에서는 학생증이 곧 '교통카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학생증만 갖고 있으면 주 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교재비는 체계적인 학교 도서관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데요.

전공학과 책을 충분히 구비해 놓고, 관련 책을 권수의 제한없이 대출할 수 있게해주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독일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 재원 마련을 하는 건가요?

[기자]

대부분의 독일 대학들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총생산, GDP 대비 전체 교육예산을 보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한국은 한해 교육예산은 약 53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4.55%인 데 반해, 독일은 우리보다 7배가량 더 많은 약 367조원, 국민총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또 학생들로부터 등록금 이외에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학기 등록을 위해 학생들이 매 학기 의무적으로 내는 사회적 분담금을 말합니다.

이 기금은 대학에서 수행하는 교육 이외의 사업들, 즉 기숙사와 대학 내 유치원, 학생 식당, 학생회, 문화 프로그램 등 학생 복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인터뷰:케르스틴 이자크, 본 대학 교수]
"사회적 분담금은 도시마다 금액이 다른데요. 이 회비는 학생들의 사회 복지금 같은 성격인데다 한 학기 동안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어요."

[앵커]

무상 교육이 실시되면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혜택만 누리기 위해 학교를 오래 다닐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독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를 막기 위해 독일 대학들은 공부를 해야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학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전공에 따라 횟수의 차이는 있지만 과목당 보통 3~4번의 전공시험 기회를 주는데요.

제한된 기회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전공을 계속 공부할 수 없게 됩니다.

요즘 세계 대학 순위 상위권에서 독일 대학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개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깁니다.

[인터뷰:이은교, 본 대학 교수]
"독일의 경우에는 3년 밖에 다니지 않는 데다가 양질의 교수진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에서 교육을 하다보면 당연히 국제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겠죠."

[앵커]

대학교 등록금 수준은 나라마다 경제력이나 복지정책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을 겁니다.

독일의 대학 등록금 폐지를 보면서 우리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독일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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