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꽃피는 문화…도쿄 장난감 미술관 [박진환, 도쿄 리포터]

기부로 꽃피는 문화…도쿄 장난감 미술관 [박진환, 도쿄 리포터]

2013.11.23.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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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 시절,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노셨나요?

일본 도쿄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장난감 미술관이 있는데요.

낡은 폐교를 기부받아 만든 이 곳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공공시설 운영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도쿄 박진환 리포터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진환 리포터!

이 장난감 미술관은 어떤 계기로 생기게 된 건가요?

[기자]

장난감 미술관은 5년 전 문을 열었습니다.

미술관 운영은 장난감을 통해 어린이 교육 활동을 펴 온 시민단체 '일본 굿토이 위원회'가 맡고 있습니다.

원래 이 단체는 20여 년간 장난감을 기부받아 필요한 곳에 무료로 빌려주는 사회운동을 해 온 곳인데요.

전국에서 기부받은 장난감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 도쿄 신주쿠 요츠야 지역 주민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폐교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그 곳을 이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공익을 위해 쓰는 것을 조건으로 철거하지 않고 건물을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미술관 자체부터 그 안을 채운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부로 이뤄진 것이군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뭘 하면서 노나요?

[기자]

3층 규모의 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놀이터에 가깝습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술관의 모든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는데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장난감 약 15만 점이 마련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부자가 수십 년간 써 온 옛날 장난감들도 있고요.

특히 편백나무로 만든 공으로 채운 볼풀과 나무로 만든 커다란 조형물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있는 장난감과 놀이기구는 기본적으로 나무를 이용한 친환경 장난감이 대부분인데요.

게임기나 로보트 등 일반 장난감과는 다른 자연의 온기를 체험할 수 있어 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아리마 사토코, 학부모]
"어제도 왔는데 나무볼풀에 들어갔는데 아이가 너무 흥분하고 좋아했어요.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볼풀에 파묻혀 본다던가... 이거 다 만들면 다시 가자고 말했죠."

[인터뷰:이노우에 호노카, 초등학교 3학년]
"달걀에 냄새를 나게 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지고 놀았던 것이 재밌었어요. 또 오고 싶어요."

여기서는 또 자기만의 장난감을 직접 만들며 놀 수도 있는데요.

천이나 나무 등 자연 소재로 장난감을 만드는 공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미술관이 문을 연 지 5년이 됐는데요.

시설은 모두 기부받았더라도 운영비가 필요할텐데 어떻게 충당하고 있나요?

[기자]

미술관 입구에 있는 간판에는 작은 나무 조각에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 해 만 엔, 한국 돈으로 약 11만 원 이상 후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인데요.

미술관 후원회원들은 현재 천 6백여 명에 달합니다.

특별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미술관 운영 취지에 공감해 전국에서 후원금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인터뷰:코하라 하루나, 고등학생]
"쥬스 한 잔 정도의 적은 돈이지만 이 돈을 기부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웃음이 퍼지게 한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인터뷰:카토리 키코, 고등학교 교사]
"스마트폰이나 게임이 만연하는 현실에서 (나무로 된) 장난감을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서 기부하게 됐어요."

건물과 장난감은 모두 기부받은 것이고 운영 스탭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라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부금과 입장료만으로도 미술관 운영이 가능한 거죠.

[앵커]

십시일반으로 모인 정성이 지금의 미술관을 이끌어 가고 있는 거군요.

아까 현장 화면 속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들이 눈에 띄던데 이 분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기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이들은 '장난감 학예원'입니다.

십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학예원 200여 명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지만 이들은 6개월간 자기 돈을 내고 교육 과정을 거쳐 장난감 전문가가 됐는데요.

재활용 장난감 만드는 법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장난감 놀이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나카야마, 장난감 학예원]
"아가들을 일본인으로서 마음이 윤택한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계기랄까요?"

[인터뷰:니시무라, 장난감 학예원]
"활력을 얻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대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 무척 이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예원들을 포함해 미술관 운영을 돕는 전체 자원봉사자 수는 7천 명에 이릅니다.

점심 식사비 정도를 지원받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부로 시작해 기부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은 참 드문 것이 현실인데요.

일본에서는 이런 시설이 얼마나 되고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키고 있나요?

[기자]

이 장난감 미술관처럼 정부 지원없이 순수하게 기부의 힘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은 일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이 미술관의 성공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운영을 맡은 굿토이 위원회는 오키나와에도 현지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 장난감 박물관을 짓고 있고요.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잇따라 미술관을 찾아 공공시설의 모범 운영 사례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외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요.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 공공 미술관 운영에 대해 조언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야마다 신, 일본 굿토이위원회]
"보통 미술관은 첫 해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미술관은 매년 점점 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기적의 미술관'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한국도)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심화 등 사회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해 간다면 사회적 과제들이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회에 베푸는 것이 결국 내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마음.

이런 공감대가 확산된다면 한국 사회도 한층 살 맛 나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박진환 리포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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