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민주주의 상징…만델라를 다시 본다! [한인섭, 남아공 리포터]

인권·민주주의 상징…만델라를 다시 본다! [한인섭, 남아공 리포터]

2013.11.02.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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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지병으로 위독했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지난달 퇴원해 많은 사람들이 안도했는데요.

아흔을 넘긴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현대사의 거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만델라의 생애를 담은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그의 업적에 대한 재조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남아공 한인섭 리포터를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한인섭 리포터!

만델라 전 대통령은 세계인들에게 친숙한 인물인데요.

영화와 다큐멘터리 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나요?

[기자]

만델라 전기영화가 지난달 북미 최대 규모의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됐습니다.

같은 제목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만델라:자유로의 긴 여정'이란 작품인데요.

상영 후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빈민가의 유년 시절부터 인권 변호사로 성장한 청년기, 또 내란 혐의로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남아공 사상 첫 민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차분하게 그렸습니다.

또 다른 작품은 다큐멘터리 '평화를 위한 음모'인데요.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만델라의 석방을 이끌어낸 실질적인 주역이 한 프랑스 사업가였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실존인물을 다룬 작품들은 늘 있었는데요.

만델라의 이야기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기자]

세계 유력 영화제에서 한 해 같은 인물을 다룬 작품들이 잇따라 소개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만델라 전 대통령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극적인 인생과 발자취 뿐 아니라 건강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수감생활 당시 채석장에서 일하다 얻은 지병 '폐감염증'이 재발해 심각한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면서 지난달 퇴원해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남아공 각 지역에서는 지금도 만델라의 쾌유를 기원하는 모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브이스와, 탁아소 교사]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인간으로서 또 대통령으로서 훌륭했습니다. 만델라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무상 교육을 받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거죠."
(Mandela is a good person and he was a good president. He gave our children free education and our single mothers a grant for our children.)

[인터뷰:한호기, 케이프타운 한인회 부회장]
"(남아공은) 각 종교별로 색채가 강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흑인, 백인, 혼혈인 할 것 없이 만델라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앵커]

만델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존경도 남다른데요.

유엔에서는 '만델라의 날'을 제정하고 얼마 전 시상도 했죠?

[기자]

유엔은 지난 2천 9년부터 만델라 전 대통령의 생일인 7월 18일을 '국제 만델라의 날'로 정했습니다.

건강이 위중했던 올해 생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비공식 총회 석상에서 그의 업적을 되새기는 특별 연설을 하기도 했고요.

또 유엔 산하 기구인 '새천년개발목표'에서도 지난달 만델라가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제3회 사우스-사우스 상'을 시상했습니다.

얼마 전 주미 남아공 대사관 앞에는 지난 1990년 만델라가 석방될 당시의 모습을 담은 3미터 높이의 동상이 등장했는데요.

남아공 미술가 진 도일이 만든 이 작품은 27년 간의 기나긴 감옥살이를 끝내고 환호하는 군중들 앞에 선 그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습니다.

[앵커]

남아공의 정치는 만델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민들의 삶도 그만큼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만델라로 인해 흑인들은 국가의 주권자로 대접받게 됐지만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만델라가 이끌던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는 20년째 남아공 집권당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데요.

집권당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흑인들에 대한 식량과 주택 공급 등 기초적인 구제정책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와 실업, 범죄 같은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터뷰:말리카, 케이프타운 시민]
"지금 남아공의 가장 큰 문제는 실업이라고 봐요.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에이즈 문제도 심각하고요.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고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The biggest issues in South Africa) recently seems to be recently, the unemployment in South Africa, as well as the problem with Aids. There are so many people in South Africa suffer with Aids and the people just need more education regarding this problem, then it should be sorted.)

국민들의 불신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행태도 큰 문제인데요.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을 사법처리도 못하고, 현재의 문제들은 백인 정권 당시 생긴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곤 해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앵커]

만델라 전 대통령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봤을 것 같네요.

남아공 사회의 발전을 위해 되새겨 봐야 할 그의 정치적 유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만델라 전 대통령은 "기억하되 용서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과거 백인 정권이 자행한 인종 차별 범죄에 대해 본인이 죄를 고백하는 것을 전제로 모든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죠.

이 뿐 아니라 오랜 세월 흑인들에게 차별의 한을 심어준 백인들과 손잡고 첫 연립 정부를 출범시킵니다.

일부 흑인 단체의 비판이 컸지만 이것은 하루 빨리 국가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현실 정치인 만델라의 결단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남아공이 겪는 문제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경제적 어려움이 한데 뒤섞여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요.

'만델라'라는 거목에 기대 정작 국민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했던 여당,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데렉 베우케스, 웨스턴케이프대 교수]
"당시 만델라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훌륭한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과거에 일어난 일을 놓고 서로를 비난하려 하죠. 더 이상 과거를 핑계 삼아서는 안됩니다. 현재 이 나라 집권 세력이 모든 일에 전면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Nelson Mandela fought a very good fight and a good moral fight for our society. we are trying to still blame what has happened in the past. No more can we lean on that excuses. The leadership that is currently taking care of this country, must take full responsibility.)

[앵커]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 내년은 남아공 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제2의 '만델라'를 기다리기 보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만델라가 남긴 가치를 실천하는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인섭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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