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행복한 교육'…스티브 잡스 학교 [장혜경, 네덜란드 리포터]

'학생이 행복한 교육'…스티브 잡스 학교 [장혜경, 네덜란드 리포터]

2013.09.14.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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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애플사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는 우리 시대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인물이죠.

이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딴 학교가 네덜란드에서 7곳이나 문을 열었는데요.

원하는 시간에 등하교를 하고 학습 내용을 학생이 직접 골라 아이패드로 수업하는 학교.

네덜란드의 혁신 교육 현장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먼저 이 학교 학생들의 일과가 궁금한데요.

학교에 오면 어떻게 공부를 하는 겁니까?

[기자]

스티브 잡스 학교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문을 개방해 놓습니다.

학생들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핵심 학습 시간만 지키면 원하는 시간에 등하교 할 수 있는데요.

여기 오면 학생들은 태블릿PC 아이패드에서 제공하는 '스쿨타스'라는 앱을 통해 정해진 교육 과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부합니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교육부가 정한 교과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교육 목표입니다.

[인터뷰:모니크 판 잔드바이크, 스티브잡스 학교 교장]
"저와 교사들은 이 교육법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높은 학습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학부모는 아이패드를 통해 자녀의 학습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

[앵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어린이들에게는 자율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직접 찾아가보니 수업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기자]

올해 초부터 이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한 초등학교에 다녀왔는데요.

수업은 개별과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개별 수업은 앱을 통해 언어와 수학 등 과목 별로 교사에게 일대 일 지도를 받습니다.

그룹 수업은 과목별로 다른 교실에서 진행되는데 교사의 전자 칠판과 학생들의 아이패드를 연동해 수업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 내내 눈에 띄게 딴짓을 하는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요.

학생들은 집중하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뷔체, 스티브잡스 학교 학생]
"'산수정원'이라는 앱을 통해 공부하고 있어요. 게임을 즐기면서 산수를 배울 수 있죠."

[인터뷰:듀크, 스티브 잡스 학교 학생]
"학교오는 게 별 재미가 없었어요. 늘 연필만 사용하고 지겨웠죠. 하지만 지금은 아이패드로 공부해서 얼마나 좋은 지 몰라요."

[앵커]

이 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교육 제도는 한국과 상당히 다르던데요.

12살 무렵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시험을 처음 치르게 된다는데 이렇게 일찍부터 학생들을 평가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덜란드는 만 4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만 12살이 되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CITO'(시토)라는 시험을 치릅니다.

이 시험을 통해 학생의 적성과 수준에 따라 인문계와 보통, 그리고 직업 중고등학교 등 3갈래로 진로가 나뉩니다.

이 3종류의 학교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의사나 법조인을 키우는 대학 또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대학 등으로 가게됩니다.

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 직업의 전문성을 일찍부터 기르는 것이 네덜란드의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결국, 학생의 적성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거군요.

그런데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자신의 적성을 일찍 찾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 교육부는 교과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행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대신 학습하는 도중 학력 수준이 올라가면 자유롭게 학년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어릴 때부터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 잘못된 선택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유동적인 교육으로 이른 시기에 진로 결정을 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다니엘르 벨라르트, 네덜란드 학부모]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에요."

[인터뷰:마르야 판 하링흔, 네덜란드 학부모]
"스스로 공부하고 학습 효과를 얻는 교육법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앵커]

네덜란드에는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 기관이 한 군데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한 경쟁이 그 곳에는 전혀 없는 건가요?

[기자]

네덜란드 사람들은 대학에 꼭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게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일텐데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 교육만 받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1%였는데요.

네덜란드는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왠만큼 공부해서는 제때 졸업하기 힘들 정도로 공부량이 많아집니다.

네덜란드 대학은 3년 과정으로 6학기 안에 180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3년 안에 졸업하는 학생은 4분의 1 정돕니다.

졸업하기는 어렵지만 해마다 배출되는 졸업생 수가 적어 취업률은 높은 편입니다.

결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선택과 집중'의 교육, 그리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열린' 교육 시스템이 '강소국' 네덜란드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니세프 조사결과 네덜란드 어린이의 행복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는데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또 학원으로 향하는 한국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게 되네요.

장혜경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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