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아랍의 봄'…동포 안전 우려

멀어진 '아랍의 봄'…동포 안전 우려

2013.09.07. 오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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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상 첫 민주 선거로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또 다시 유혈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집트.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무력 시위와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3년째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이집트 동포 천여 명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이집트 카이로의 오세종 리포터를 전화로 연결해 현지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오세종 리포터!

[앵커]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된 지 이제 두 달이 넘었습니다.

얼마전 이집트 군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천 여명이 숨지는 일도 벌어졌는데요.

지금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시위 대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여론이 일면서 지난 달보다 시위 규모가 많이 줄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주말에는 여전히 대규모 시위가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 일부는 치안이 불안한 틈을 타 기독교인 콥틱 교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교회가 문을 닫거나 예배를 연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더운 낮을 피해 저녁에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통행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서민 경제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30년 장기 독재를 해 온 무바라크가 2년 전 축출될 당시에도 동포들이 큰 혼란을 겪었는데요.

이번 시위 사태로 인한 동포들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입은 동포는 다행히 없었지만 경제적인 손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집트에 사는 한인 천여 명은 주로 상사 주재원이나 식당업, 여행업 등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통행금지령으로 상사 직원들은 조기 퇴근을 하고 있고, 여행사와 식당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무바라크 퇴진 당시의 혼란을 겪은 동포들은 차분하게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많은 동포들이 이집트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번에는 불필요한 외출를 삼가면서 집에서 뉴스를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남진석, 이집트 카이로 한인회장]
"이번 같은 경우에는 과도 정부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적절히 대응하고 있어 거기에 대한 신뢰가 컸습니다. 그래서 교민들이 귀국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앵커]

이번 이집트 사태로 현지에서 처음으로 우리 기업이 사무실을 폐쇄하고, 인근 나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고 하던데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시위 정국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이집트에는 삼성과 LG, 현대, 기아 등 한국 대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이번 사태로 현대자동차는 카이로에 있던 아프리카 지역 본부를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이전해 모든 직원이 철수한 상태입니다.

기아차도 카이로 사무실을 폐쇄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고 조만간 두바이로 사무실을 옮길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두 회사는 시위 사태가 확산되기 전 사무실 이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면서 이전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이집트 현지에 직접 투자를 해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바로 철수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탭니다.

[앵커]

무르시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집권 1년 동안 경제 상황이 얼마나 나빠진 겁니까?

[기자]

무르시 대통령은 당선 전에 연료 부족 해결과 식량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친서민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집권 1년 동안 공약은 이행하지 않은 채 무슬림 형제단의 세력 확장에 주력했다는 게 여론이 많습니다.

서민들의 연료인 경유는 일년 내내 부족해 주유소에서 보통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무르시 대통령 축출 2주 전부터는 휘발유도 부족해 밤을 세워 기다리다 주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높은 실업률 등 국민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새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것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1년새 강도나 절도 등 범죄가 크게 늘어 적지 않은 동포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집트 사태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현지에서 생활하는 우리 동포들과 이집트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서 동포 단체와 현지 공관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기자]

대사관과 한인회에서는 비상시 동포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인들 간의 유기적인 연락 체계를 구축해 뒀습니다.

또 각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시위 상황을 전하고 유의할 점을 계속 알리고 있고요.

대사관에서는 이와 함께 동포들에게 메일을 통해 이집트 각지 상황을 수시로 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재양, 이집트 한국대사관 문화홍보관]
"한인회 및 지방에 파견돼 있는 영사 파견원과 유기적인 연락 및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전 조치 등을 수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 이른바 '아랍의 봄'이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는데요.

지금도 진행중인 이집트 사태, 계속 주시하면서 동포들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오세종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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