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꿀벌 키워요!...스위스 양봉가들

도심에서 꿀벌 키워요!...스위스 양봉가들

2013.06.29. 오전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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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이런 가설을 말했다고 하죠.

꿀벌 수가 줄어들면 곡물의 열매를 맺게 할 수분 작용이 어려워져 인류가 식량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인데요.

꿀벌을 지키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위스에서는 요즘 도심에서 꿀벌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스위스 리포터를 전화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주봉희 리포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대도시에서 꿀벌을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도심 양봉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리포트]

스위스 루체른 주의 경우 현재 천 2백여 명이 꿀벌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업적인 양봉가도 있지만 취미로 꿀벌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루체른주 양봉가 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 과정에는 90여 명이 등록해 꿀벌을 키우기 위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예년에 비해 10% 이상 참가자가 늘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도심 양봉을 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취리히에도 70여 명이 집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는데요.

제가 만나본 젊은 양봉가 헬레나 그레터 씨도 지난 2천 5년부터 집 뜰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헬레나 그레터, 도심 양봉가]
"양봉을 통해 온 계절을 체감할 수 있다. 벌들은 계절에 맞추어 굉장히 집중해 집약적으로 삶을 산다. 열심히 일하고. 또한 매해 그들의 모습도 다르다. 매년 어떤 놀라움을 선사받는다."

[질문]

도심 속에서 벌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운데요.

사람들이 이렇게 양봉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답변]

지난해 스위스 최고의 영화로 꼽힌 작품이 꿀벌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요.

'꿀보다 더'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꿀벌이 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지, 또 그 결과 어떤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내 호평받았습니다.

이 작품 뿐 아니라 '양봉가들'이라는 또다른 다큐멘터리도 최근 개봉돼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스위스 언론들은 이 두 작품이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심각성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꿀벌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무렵부턴데요.

당시에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았던 환경 문제가 이런 작품들을 통해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습니다.

[질문]

사실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심각성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데요.

얼마나 줄어들고 있고, 또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답변]

식량대국 미국의 경우 꿀벌 개체 수 감소가 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겨울에만 전체 꿀벌 가운데 31%, 양봉용 벌통으로 치면 약 80만 개가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벌이 모여든 군집 수는 지난 6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요.

지난 1947년 600만 개에서 지난해 250만 개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지난 60년대부터 감소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유럽도 지난 겨울 22% 정도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꿀벌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살충제를 꼽고 있습니다.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은 방향감각을 잃어 꽃을 찾아가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결국 죽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2년 전 한국에서 토종벌 집단 폐사를 일으킨 바이러스 등 꿀벌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질문]

유럽연합이 결국 꿀벌에게 해로운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게 2년간 시한부로 시행되는 조치 아닙니까?

살충제 유해성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요?

[답변]

스위스 바젤에는 농화학 살충제 분야 세계 1위 기업 '신젠타' 본사가 있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지난 4월 이 회사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거는 기습 시위를 벌였는데요.

현수막에는 "신젠타의 살충제가 벌을 죽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와 꿀벌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유럽연합은 오는 12월부터 2년간 살충제 3종류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겪었는데요.

신젠타와 바이엘 등 업계를 주무르는 대기업들은 꿀벌 감소가 살충제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농민들도 살충제를 쓰지 않을 경우 수확이 줄어 손실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꿀벌을 살리기 위한 규제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질문]

꿀벌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해관계를 떠나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답변]

세계인의 먹거리 90%를 책임지는 100대 작물 가운데 70종이 꿀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는데요.

특히 아몬드나 양파, 당근 등 일부 작물은 꿀벌을 통해서가 아니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결국 개체 수 감소를 막지 못하면 인류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베른대학은 올해 초 꿀벌의 건강을 지키고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꿀벌학'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그동안 꿀벌 문제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스위스 정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살충제 금지를 이행할 의무는 없지만 이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환경운동가와 양봉가들은 이런 조치로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꿀벌은 치명상을 입는만큼 살충제만큼은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리안느 쿠엔츨레, 그린피스 농업 캠페인 담당자]
"2년이라는 시간도 그 현상을 연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화학 작용은 수년에 걸쳐 존재하는 것. 2년이 지나도 각종 벌레와 벌에 영향을 끼칠 것. 따라서 이런 제한적 금지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

꿀벌이 사라진 세상이 오기 전에 우리가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야 겠습니다.

주봉희 리포터,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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